한나라당이 끝내 30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단독처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연속 날치기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최근 10년간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처리된 3차례가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대체로 여야가 합의 처리했습니다. 2005년이 예외인데,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 예산안 심사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민노당의 협조를 얻어 처리했습니다.
애초 여야 핵심쟁점 사항은 4대강사업 예산 9조6000억원(수공 예산 포함)입니다. 민주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했으나, 2700억원만 줄인 채 통과됐습니다. 반면 야당이 주장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이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와중에 여당 실세는 ‘한몫’ 챙겼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남·울릉) 예산은 각종 도로건설비 등을 포함해 모두 1700억원이나 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속된 말로 ‘형님 예산’이라고 하는데, 이 액수는 애초 정부안에서 870억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번에 직권상정과 경호권 발동으로 날치기 주범으로 지탄받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지역구(경남 양산) 예산도 예산심사과정에서 180억원이 늘어났습니다.
강행처리된 안건은 예산안뿐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용병’ 논란을 불러일으킨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 4대강사업을 떠안은 대가로 수자원공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친수구역특별법, 국립대의 공공성 훼손 우려 논란의 대상이었던 서울대 법인화법 등도 끼워넣어 통과시켰습니다. 이왕 욕먹는 김에 한꺼번에 다 해치우자는 생각이었을까요?
그나저나 한나라당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뒀을까요?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체로 그동안 예산안 처리가 12월 초인 법정기일을 넘겨 연말 처리된 관행을 겨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리하는 것이 여야 의견조율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지는 의문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그동안 예산안 연말처리로 정부가 나라 살림을 꾸리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임기 내 4대강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집착을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의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다. 내년에만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되면 사실상 4대강사업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회기내 예산안 처리를 주문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김 원내대표가 그동안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당내 강경파의 비판을 의식해 일을 벌였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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