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만사형통’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지역구(포항남·울릉)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1조519억원이 배정됐다고 합니다. 한 해에 평균 3~4천억원이라는 이야기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며칠 전 날치기 통과된 내년 예산안을 봅시다. 이 의원의 지역구 예산은 정부안에서 무려 1350억원이 증액된 1790억원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연평도 사건을 이유로 늘린 국방예산 증가액 1223억원보다 더 많습니다.
힘센 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챙기기는 이 의원뿐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의원의 경우는 ‘독보적’입니다.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 지역구(경남 마산갑)의 400억원 증액, 박희태 국회의장 지역구(경남 양산)의 180억원 증액,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전남 목포)의 65억원 증액,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지역구(부산 남구을)의 17억원 증액은 속된 말로 ‘쨉’도 안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 지역구 예산이 ‘형님 예산’으로 통합니다. 막강한 이 의원의 힘을 비꼬는 표현입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형님 예산은 여야 합의로 삭감하기로 해놓고도 살아나거나, 정부 예산안에 없던 예산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 주민 변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9일 말레이시아 방문 중 교민과 만나 “북한 주민들이 이제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이제 대한민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앞서 출국전 사회통합위원회에서도 “주시한 것은 지도자들의 변화보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떠한 권력도 없다”라고 말했었죠.
이 대통령이 요즘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이 대통령의 마음이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혐오가 이렇게 표현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말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혹 김종구 논설위원의 최근 칼럼 ‘싸움도 못하면서 군인의 길을’을 읽어보셨나요?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대통령의 말은 전방을 향한 것이 아니라 후방의 국민 여론을 겨냥한 것이었다. 특히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북 미사일 기지도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는 따위의 발언은 순찰 나온 성난 보수세력들을 의식한 ‘후방 경계’ 발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대통령의 ‘북한 주민 변화’ 발언을 여기에 대입하면 어떻습니까?
공개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 국정 최고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북한 주민 변화가 중요하다면, 북한 주민 변화를 더욱 촉진할 정책을 개발·집행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대통령은 2008년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북한 주민 변화를 이끌어낼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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