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강행처리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서둘러 처리하다가 이른바 ‘친서민 예산’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반면, 이른바 ‘형님예산’은 뭉텅이로 책정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해 잘못이라는 응답이 59.7%에 이릅니다. 반면 불가피했다는 의견은 29.2%에 불과합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20~30대의 73~74%가 잘못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결국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12일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고 의장 사퇴가 꼬리 자르기라며 지도부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여론 무마에 나섰습니다. 친서민 예산 삭감은 사실과 달리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영유아 접종비와 관련해선, 예산이 0원이 된 것이 아니라 정부안보다 증액되지 않은 것으로 여전히 보건소에서 무료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나섰습니다. 또 양육수당은 연평도 사건 때문에 지원할 수 없었고, 결식아동 급식비는 한시적 사업이 종료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영유아 접종비 338억원, 양육수당 2743억원 증액을 의결했고, 결식아동급식비 지원도 ‘국고보조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채택해 예결위에 보낸 바 있습니다.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한 상임위 안을 폐기해버린 것입니다.
‘형님 예산’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에 나섰습니다. 해명에는 이상득 의원이 아닌 이병석 의원이 나섰습니다. 이병석 의원은 이 의원의 옆 지역구(경북 포항북) 의원으로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사자는 침묵하고 동료 의원이 대신 해명에 나서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에서도 ‘형님’의 막강 파워가 확인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이병석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포항관련 예산의 대부분은 인근 지역 국회의원 11명에게 해당하는 예산이고, 과거 정권 때 시작돼 집행되던 계속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사업이 포항에만 있는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형님 예산’이 문제가 된 게 이번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형님 예산은 전년도 대비 95%나 늘어났습니다. 이후 3년간 1조원이 넘게 배정됐는데, 이 모든 것이 ‘형님’의 힘을 빼고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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