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육군 참모총장 등 군 장성 인사와 관련해 “국방장관이 가장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는 적어도 두 가지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이번 인사를 국방장관이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사내용이 공정했다는 것입니다.
따져봅시다. 솔직히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번 인사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방장관이 핵심보직인 육군 참모총장의 인사를 했다면, 군부 쿠데타의 아픔을 겪은 나라에서 무척 이례적인 것이라는 말을 보태고 싶습니다. 또 평소 총리의 헌법상 권리인 각료 임명제청권도 형해화되어 있는 그동안의 인사관행에 비춰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이번 인사가 가장 공정했다는 말은 더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이번 인사로 육·해·공 3군 총장을 특정 지역출신이 싹쓸이하게 됐다는 비판과 전혀 다른 시각이니까요. 3군 총장이 모두 특정 지역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김상기 육참 총장이 이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라는 데 이르면, “또 동지상고냐”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눈에는 이번 인사가 가장 공정한 것으로 보인다니, 이렇게 큰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이번 인사가 어떤 점에서 가장 공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번 군 인사에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말한 점에 비춰보면, 군대다운 군대를 만드는 역량이 인사기준이 아니었을까, 짐작케 합니다. 이는 전날 국방부의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했다”는 설명과 일맥상통합니다.
사실 김 총장에 대한 평은 군내부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망을 얻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육해공 3군 인사 중 그런 신망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 유독 특정 지역 출신뿐인가라고 되묻는다면 너무 상투적인 ‘딴죽걸기’인가요?
미국에는 공직이나 학교 등에 소수인종을 일정 비율 뽑아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당연히 능력있는 백인에 대한 ‘역차별’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유를 신주 모시듯 하는 미국에 이런 제도가 도입된 것은 능력보다 흑백갈등 해소가 더 중요한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 아닐까요? 또 갈등 완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축소가 능력있는 인사 선발보다 미국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더 높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지역차별 문제가 미국의 소수인종 문제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법적으로 특정 지역 출신의 선발을 강제하는 것에 공감할 국민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역문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에 따른 비이성적 국론분열과 패거리 현상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군대라고 다르겠습니까?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나 몰라라 하면서, 이 대통령의 소망대로, 군대다운 군대가 만들어지고 군 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개인의 역량은 조직의 안정과 총화가 뒷받침되어야 발휘되는 법입니다. 이미 뒤에서 몰려다니며 수군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책임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따져봐야 도로아미타불입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쳤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군인사도 여러 차례 지켜봤습니다. 그래도 문민정부 이후 육·해·공 3군 총장의 특정 지역 독식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들은 능력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인사를 한 걸까요? 지역안배가 철저히 지켜진 정부는 없었습니다. 늘 인사 때마다 특정지역 출신의 대거 진출 또는 약진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래도 여론의 동향은 살폈고 적어도 시늉은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늉조차 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떠들어 봐라,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측근인사, 정실인사, 보은인사가 그동안 이 대통령 인사의 전매특허가 된 것 아닌가요? 이것이 MB식 ‘공정 사회’이고 ‘실용노선’의 한 자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감한 문제는 민감하게 다루는 것이 정도이고 합리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문제는 여전히 민감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우리는 이미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쳤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군인사도 여러 차례 지켜봤습니다. 그래도 문민정부 이후 육·해·공 3군 총장의 특정 지역 독식은 없었습니다. 그럼 그들은 능력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인사를 한 걸까요? 지역안배가 철저히 지켜진 정부는 없었습니다. 늘 인사 때마다 특정지역 출신의 대거 진출 또는 약진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래도 여론의 동향은 살폈고 적어도 시늉은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늉조차 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떠들어 봐라,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측근인사, 정실인사, 보은인사가 그동안 이 대통령 인사의 전매특허가 된 것 아닌가요? 이것이 MB식 ‘공정 사회’이고 ‘실용노선’의 한 자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감한 문제는 민감하게 다루는 것이 정도이고 합리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문제는 여전히 민감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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