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합니다.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입니다. 종합편성 채널 도입을 위한 터다지기입니다.
지난해 언론 관련법을 둘러싼 뜨거웠던 정국을 기억할 겁니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법안을 강행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등 숱한 논란을 낳았지 않았습니까? 법의 효력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까지 다투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온갖 편법과 위법, 무리수를 동원하며 종편채널을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방송 현실을 보니 종편채널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광고시장 규모로는 종편채널 여러 곳을 먹여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종편채널 수를 1~2개로 줄이면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종편채널에 사운을 걸다시피 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유력 보수언론 일부를 탈락시켜야 하는데, 그럴 만한 배짱이 없으니 딱하게 된 것입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게 이날 방안입니다.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해 방송광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의도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방통위는 이날 그동안 사회적 논란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던 광고를 모두 규제 완화 대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예컨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전문의약품, 병원 광고와 광고총량제(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법으로 정한 뒤 광고 유형·시간·횟수·길이는 방송사 자율로 집행) 도입, 지상파 방송의 중간 광고, 간접 광고 허용 등이 여기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들이고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게다가 이들 광고 완화의 효과도 딱 부러지지 않습니다. 실제 “방통위의 의도대로 광고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실제 방송 광고시장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동안 종편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무책임 행정의 극치라고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그 난리를 치며 언론 관련법을 날치기할 때의 논리와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언론 관련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절박감을 호소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놓고 막상 법이 통과되고 나니까, 아무 준비도 없었고 현실 예측도 엉터리였던 것이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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