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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치킨게임의 부수적 피해

등록 2010-12-22 09:20수정 2010-12-22 20:41

한반도에서 치킨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연평도 포격훈련이 끝나자 이번에는 애기봉의 성탄 트리 점등식이 7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면 앞으로도 북한을 자극하는 조처가 잇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끝은 어디일까요? 남북이 대북 자극과 대남 도발을 주고받는 양상은 바로 치킨게임의 그것입니다. 겁쟁이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끝장을 보는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이 치킨게임으로 정부는 정치적 이득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지지세력의 결집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지난달보다 4.7% 포인트 높아진 48.9%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가가 작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이 위협받게 됐습니다. 이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귀를 쫑긋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습니다. 상시 불안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불안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외부의 적이 또렷해지면서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솎아내기 위한 단속도 강화될 것입니다. 색깔 공세이고 사상통제입니다. 마녀사냥입니다.

기우일까요? 미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 사생활 침해 논란을 겪은 패트리엇법(Patriot Act)을 성립시켰습니다. 테러용의자에 대한 재판없는 무기 구금과 고문 등이 미국의 헌법 정신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모두 테러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평화를 호소하는 목소리에 대한 보수세력의 색깔 공세는 어느 때보다 원색적이고 공격적입니다.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단합과 안보의식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21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는 “국가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에 여러분이 역할을 해야 하고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국가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통상 ‘국가정체성’이 이른바 ‘용공분자 색출’의 우회적 어법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은 이 대통령의 말에서 국가정체성=용공분자 색출=인권침해의 음습한 냄새를 맡습니다. 지금은 “21세기 개명천지”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당국의 퇴행적 행태가 어디 한두 번이었습니까?

실제 법무부는 안보위기 대응강화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허위사실 유포 엄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통한 신종 대남선전 활동 단속, 외국인 귀하 신청자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 서약서 제출 등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한반도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블로그 등의 글을 방통위 심의절차 없이 바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입니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군사용어가 있습니다. 전쟁 중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민간인 피해를 별일 아닌 부차적인 것처럼 오도하는 데 효과적인 용어입니다. 그러나 전쟁 중 작전의 성과보다 부수적 피해가 더 큰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표현과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연평도 포격전의 부수적 피해에 그칠까요?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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