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년도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라며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얼마 전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안 날치기로 호된 여론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한 예산안에서 결식아동 급식지원, 영유아 예방접종, 대학등록금 등 ‘서민·복지 예산’이 전액 또는 뭉텅이로 삭감된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내년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라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 당시 비판여론은 오해였다는 것인가요?
한번 따져봅시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발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말은 곧 현실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고, 현실 인식은 핵심 정책 결정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내년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라는 말은 맞습니다. 내년 복지예산 86조4천원은 올 복지예산이 81조2천억원에 비해 5조2천억원(6.2%) 증가한 것입니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내년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라고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복지예산 역대 최대 타령은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합니다. 복지예산은 앞으로 해마다 역대 최대를 갱신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복지예산에는 다른 분야와 달리 ‘자연증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여당의 정책의지와 무관한 것입니다. 법이나 제도에 따른 강제적인 지출 증가입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공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자연증가분은 얼마나 될까요? 민주당의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증가분이 2조2000억원이고, 기초생활급여 등 법정 의무지출에 따른 증가분이 6848억원입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복지예산으로 보지 않는 주택관련 지출 1조3천억원을 빼면, 실제 내년 복지예산 순증가분은 8049억원이라고 합니다. 1%도 채 안되는 증가율입니다. 내년 물가인상률 3.4%(국제통화기금 예측치)를 감안하면 오히려 내년 복지예산은 실제 줄어든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복지예산 증가율을 보면, 이 대통령의 ‘복지예산 최대’ 발언이 체감 복지와 얼마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인지 더욱 분명해집니다.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내년 복지예산 증가율 6.2%는 200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 1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우리가 복지국가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은 더더욱 생뚱맞게 들립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은 8~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와 큰 차이가 납니다.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의 28%는 복지 선진국인 독일·프랑스·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60%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45%에도 못미친다는 게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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