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넘어가는 마지막날에 언론시장에 핵폭탄이 터졌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3개사와 매일경제를 선정했습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광고시장의 규모로 볼 때 2개 이상의 종편 채널은 무리수라는 말들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4개의 방송사가 무더기로 새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나중 일이야 어찌되든 일단 우는 놈에 떡 하나 더 주듯 선뜻 선심을 쓴 모양새입니다. 오늘의 ‘영광’을 위해 조·중·동은 그렇게 열심히 엠비어천가를 외쳤는가 봅니다. 내년 하반기부터 전파를 쏘게 될 이들의 방송 진출로 미디어 시장엔 빅뱅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한정된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기존사와 신생사들 사이에 무한 시청률 경쟁과 광고 수주전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지금까지와는 한 차원 다른 유혈경쟁이 벌어질 듯합니다.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결과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식으로 말했다는군요. 언론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참으로 무책임한 시각입니다. 이제 언론사들은 언론 본연의 기능보다는 생존을 위한 상업화에 더 목을 맬 것이 뻔합니다.
종편 선정이 끝났다고 해서 언론의 ‘엠비어천가’가 끝날 것같지도 않습니다. 정부에는 또 다른 칼자루가 있습니다. 시청자 접근성이 좋은 채널 배정이라든가 중간광고 허용을 비롯한 각종 규제 해제를 빌미로 얼마든지 언론을 들었다놓았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조중동 보수매체들이 일제히 방송에 가세함으로써 청와대와 여권으로선 언론시장에서 보수적 색채가 훨씬 더 짙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을 거머쥔 자들이 의기투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어하고 변호하는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이 좀 더 쉬워지는 것이지요. 앞으로 총선, 대선 같은 정치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기득권자들의 이념조작 공세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중·동의 정신이 온통 종편에 쏠려 있는 틈을 노린 것일까요. 이날 청와대는 느닷없이 개각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몇 달째 공석으로 두었던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해 총 18개 자리에 무더기 인사를 냈습니다.
청와대 쪽은 “신년도 새로운 출발, 산뜻한 출발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개각 내용을 들여다 보니 회전문인사, 측근 돌려막기 인사의 재현입니다. 더욱이 신설된 사회특보(박형준), 언론특보(이동관)는 물러난 측근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위인설관용 자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종편 선정일에 맞춰 발표한 걸 보면 아무래도 비난을 피하려는 물타기용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바르지 못한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려고 꾀를 부릴 때 흔히 ‘꼼수를 쓴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꾀에 아주 능하지요. 2010년의 마지막날까지도 그런 수를 쓰고 있군요.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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