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겨레>가 남북관계 전문가 28명을 대상으로 새해 한 해 한반도의 기상도를 조사했습니다. 7년째 하는 정기 조사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느 해보다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이 지난 11월 포격전까지 벌이지 않았습니까? 남북 대결과 긴장이 최고조로 오른 채 새해를 맞았는데 누가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전문가들은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쪽도 있고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도 있습니다.
결과가 무엇이든 우울합니다. 우리 문제를 이웃 나라들이 왈가왈부 하는 것을 아무 대책 없이 지켜봐야 하니까요? 구한말 망국의 역사가 떠오릅니다. 한반도의 미래가 제국주의 열강들의 협상 테이블에서 요리되지 않았습니까?
구한말과 지금을 곧장 비교할 순 없습니다. 주변국이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처지가 그때처럼 비참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지금 한 걸음이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남의 손에 맡겨놓은 운명이, 그 결과가 무엇이든,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겠습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까? 남북의 반목과 대립, 적대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치는 결국 포격전 등 군사적 충돌로 비화했습니다. 그런데도 남북 어느 쪽도 이런 사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주변 강대국이 끼어드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남북 대결이 심화할수록 주변 강대국의 입김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냉전 이후 미국이 동맹국 한국을 제쳐놓고 한반도의 운명을 논의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있었다면 김영삼 정부 때입니다. 그때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였습니다. 클린턴 정부의 북폭 계획이나 제네바 핵협상은 김영삼 정부를 철저히 따돌리고 이뤄진 일입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동맹국 중시’라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노선이 한몫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상황이나 정책 평가가 바뀌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요? 지금도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이 타결된 것은 연평도 포격 이후 미국의 항모 조지워싱턴이 서해에 진입했을 때였습니다. 공정한 협상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 아니었습니까?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래 들어 북·중 관계가 최근처럼 밀착된 예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종전 선언을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 간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3자 또는 4자’라고 표현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이 포함되면 4자, 아니면 3자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배제를 생각할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북·중의 고위관계자들이 뻔질나게 서로 왕래합니다. 혈맹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왜 바뀌었을까요? 남북 대치가 심화할수록,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남북 모두 외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 논리를 극단으로 밀고가면, 결국 한반도 문제에 남북은 없어지고 미국과 중국만 남게 됩니다. 미국과 중국 둘이 만나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죠. 각자의 입맛대로.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남도 바뀌고 북도 바뀌어야 합니다. 남이 먼저 손내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야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합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말발’이 먹힙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평화정착,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곤 하루 뒤 대북 강경파인 뉴라이트 출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청와대 통일비서관에 임명했습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입니다. 그리고 남북 화해에 아무 뜻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한반도는 어디로 갈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올 한 해 밝고 희망찬 일들로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동맹국 중시’라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노선이 한몫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상황이나 정책 평가가 바뀌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요? 지금도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이 타결된 것은 연평도 포격 이후 미국의 항모 조지워싱턴이 서해에 진입했을 때였습니다. 공정한 협상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 아니었습니까?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래 들어 북·중 관계가 최근처럼 밀착된 예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종전 선언을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 간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3자 또는 4자’라고 표현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이 포함되면 4자, 아니면 3자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배제를 생각할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북·중의 고위관계자들이 뻔질나게 서로 왕래합니다. 혈맹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왜 바뀌었을까요? 남북 대치가 심화할수록,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남북 모두 외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 논리를 극단으로 밀고가면, 결국 한반도 문제에 남북은 없어지고 미국과 중국만 남게 됩니다. 미국과 중국 둘이 만나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죠. 각자의 입맛대로.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남도 바뀌고 북도 바뀌어야 합니다. 남이 먼저 손내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야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합니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말발’이 먹힙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평화정착,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곤 하루 뒤 대북 강경파인 뉴라이트 출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청와대 통일비서관에 임명했습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입니다. 그리고 남북 화해에 아무 뜻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한반도는 어디로 갈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올 한 해 밝고 희망찬 일들로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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