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요. 정부가 새해 초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 물가잡기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 중 하나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어제 전문대 임원진에 이어 오늘은 주요 대학 총장들을 불러 놓고 대학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오늘 열린 물가안정대책 당정회의에서도 이런저런 방안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세 문제는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소신(?)을 역설했던 국토해양부 장관도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전·월세 대책을 내놨습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공정거래위 조직을 물가감시 총력체제로 개편했습니다. 사무처장 직속으로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태스크포스(TF)’(이하 가격감시 티에프)를 설치하고 ‘물가안정’에 모든 조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군요. 공정경쟁이라는 고유 업무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규제기관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물가를 강제로 찍어 누르겠다는 뜻이지요.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13일 예정된 물가안정종합대책 발표도 차관이 하던 관례를 깨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발표해 정부의 물가억제 의지를 과시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 대책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물가 앙등세가 애초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가 파급력이 큰 석유만 보더라도 배럴당 92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치솟아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반짝 효과에 그칠 ‘임시방편’이거나 엉뚱한 곳만 긁어대는 ‘격화소양’입니다. 물가 앙등의 근본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두 가지 근본적인 방법을 써야 합니다. 한 가지는 원화가치를 올려 수입가격을 가능한 한 낮춰야 합니다. 또 하나는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시중에 과다하게 쏟아져 나온 돈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눈에 보이는 불 끄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불 밑에 도사리고 있는 불쏘시개를 제거하는 데는 흥미가 없는 듯합니다. 오늘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윤 장관은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국내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측면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의 의중이 이러니 다음주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도 ‘뻔할 뻔’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한국은행이 1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오는 4월쯤에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건설경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이명박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균열한 부분을 땜질로 덮어버리는 버릇이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의 물가 대책도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땜질식 대책이 잠재적 폭발력을 더 키워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르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소를 잃어버린 다음에나 정신을 차리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건설경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이명박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균열한 부분을 땜질로 덮어버리는 버릇이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의 물가 대책도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땜질식 대책이 잠재적 폭발력을 더 키워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르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소를 잃어버린 다음에나 정신을 차리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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