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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누가 정동기에게 돌을 던지랴

등록 2011-01-12 21:27수정 2011-01-13 11:07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오늘이냐, 내일이냐의 문제였지, 사퇴는 이미 기정사실이었던 일이어서 특별한 감흥이나 놀라움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누리꾼들 사이에는 “잘 된 일”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라며 만시지탄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네요.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로 35년 쌓아온 공직의 명예가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절망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겠습니까? 그 아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날 그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 이번 일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는 이날 모든 의혹을 부정했습니다. 그는 2007년 대검 차장을 사퇴한 뒤 사흘 만에 법무법인 바른으로 자리를 옮겨 7개월 동안 월 1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또 이듬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 간사로 선임된 뒤 급여가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전관예우’ 논란과 ‘뇌물성 급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국민 감정상 많은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이제 끝난 마당에 말씀드리면 법조 경력 30년 된 변호사가 막 출발한 변호사와 같을 순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사법연수생 시절 대학원을 다니고 부산에 근무할 당시 서울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은 것도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제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위를 취득한 부분까지 문제삼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2007년 대검 차장 시절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과 관련해 이 후보의 혐의를 풀어주는 결정을 주도한 뒤 이듬해 대통령직인수위 간사로 선임되고 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습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평생 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고 살아온 제가 검찰에서 정치적으로 특정 대선 후보에게 도움을 준 것처럼 왜곡”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민정수석 재직 당시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해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한 바 없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련된 것처럼 허위주장을 일삼고 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나마 이 대통령의 참모 출신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저의 경력을 이유로 우려하는 견해가 있기는 하”다고 한 발 물러서는 예의(?)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직분에만 충실하였던 저로서는 국민 여러분께 납득시켜 드릴 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물러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것입니다.

그럴까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다고 한 것은 정 후보자가 노는 ‘물’의 기준에서 보면 억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물’에서는 이 정도의 전관예우는 기본인 것이죠. 권력 핵심이 되자 급여가 2배로 뛰었는데 이건 뇌물이 아니라 ‘축하금’ ‘보너스’ 같은 것 아닐까요? 나랏일을 하는데 회사 출근이 뭐 대수겠습니까? 출근을 안해도 급여는 2배로 뜁니다. 물론 제대로 수업을 듣지 못했을 텐데 학위를 취득한 것도 당연히 그 ‘물’의 관대한 관행일 것입니다.

정 후보자가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변모한 과정은 또 어떻습니까. 절대 ‘정치적 곁눈질’이 아닙니다.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한 노력으로 상찬해야 할 일 아닐까요?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 피디수첩 제작진 등을 기소한 것이 ‘표적 수사’도 ‘정치적 수사’도 아니라는 게 그 ‘물’의 논리 아닙니까? 하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야 훼손할 이유가 더욱 없는 것이지요?

참, 편리한 ‘물’입니다. 그 ‘물’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왜 나만 문제가 되느냐, 왜 이제 와서 문제삼느냐는 항변 아니겠습니까? 정 후보자의 회견을 보면, 그런 억울함이 듬뿍 묻어납니다.

사실 정 후보자뿐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중도하차한 고위공직자가 8명이나 됩니다. 청문회장은 늘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위장전입, 탈세 등 온갖 의혹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청문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는 문제가 없었을까요? 대부분 탈락자들보다 정도가 덜하다는 것뿐 아니었습니까?

자신이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아는 법입니다. 고위 공직 후보자로 지명될 때 조금만 돌아보면 자신이 후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수 없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못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왜 겸양지덕은 없었던 걸까요? 앞서 창피만 톡톡히 당하고 중도에서 물러난 인사들을 수없이 봤으면서도 말입니다. 생계 차원의 취업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글쎄요. 누가 그들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혹 앞서 얘기한 그 ‘물’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는 없을까요? 우리 사회 성공의 징표인 그 ‘물’에서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사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 ‘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고요.

그렇다 보니, 집없는 이들의 피눈물인 부동산 투기는 노후대비 투자이고, 탈세나 위장전입은 생활의 작은 지혜가 되는 것이지요. 봉투는 뇌물이 아니고 사람 사는 인정이고 스폰서는 ‘나는 권력으로, 너는 돈으로’ 상부상조하는 것이죠. 의혹을 살 만한 내용인지 아닌지 판단할 도덕적 경험이나 기준이 있을 턱이 있습니까? 그 ‘물’에서 함께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별안간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설사 문제가 된들, 뭐 대수입니까? 체면 깎일 일도 없습니다. 주변에 잘 알고 지내는 이들도 대부분 그렇게 살고, 그 정도는 이해해주니까요. 그 ‘물’에서 놀 자격도 없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무시하면 그만 입니다. 뭘 모르는 이들과 상대해서 뭘 하겠습니까?

아니 어쩌면 그 ‘물’의 논리는 생각보다 뿌리도 깊고 광범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 ‘물’에서 놀고 싶어하니까요.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 ‘물’의 편법과 특혜 논리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지 않을까요?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나라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합니다. 이 지수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적은 것입니다. 한국의 지난해 부패지수는 5.4점입니다. 절대부패를 갓 벗어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사대상 178개국 중 39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97점에 한참 모자랍니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999년 최저수준(3.8점)을 기록한 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꾸준히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2008년을 정점(5.6점)으로 두 해 거푸 하락했습니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요?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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