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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함바와 권력, 딱 그만큼

등록 2011-01-14 15:47

연초부터 ‘함바(현장식당) 비리’가 화제입니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조사를 받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도 관련 의혹이 일자 사직했습니다. 함바 운영권 브로커인 유아무개씨를 만났다고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자진신고한 현직 총경급 이상 고위경찰관도 41명에 이릅니다.

아시다시피 함바는 건설공사 인부들을 대상으로 한 건설현장의 식당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일본어 ‘飯場(はんば)’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어의 원래 뜻은 토목 공사장이나 광산 등에 있는 노무자 합숙소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이 말이 들어오면서 공사현장의 임시 밥집을 일컫는 말로 바뀌어 쓰여왔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일본식 어투 바로잡기 차원에서 이를 ‘현장 식당’으로 바꿔부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건설공사 현장은 일본식 어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지요.

함바집은 일반식당과 달리 공사장 내 인부를 상대로 합니다. 대신 한 현장엔 한 함바만 있습니다. 고객을 독점하는 것이지요. 한 끼당 밥값은 보통 4000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공사현장의 노동자들은 하루 3끼 식사시간 중간에 참도 곁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현장 노동자 한 명이 이 밥집에서 적어도 2끼 이상은 먹는다고 봐야죠. 아파트 건설 현장은 공사기간이 2~3년은 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 밥집 운영권을 따내면 상당기간 아무런 위험없이 ‘앉아서 돈을 버는’ 셈입니다.

어찌 보면 하찮을 것 같은 그 함바 사업권을 둘러싼 비리의 고리를 막상 벗겨보니 만만찮네요.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는 물론 국회의원, 차관급 고위관료, 공기업 사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이르기까지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면이 막강합니다. 특히 이미 조사를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출신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띕니다. 브로커 유씨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사직한 청와대 감찰팀장도 경찰 출신입니다.

왜 그럴까요. 건설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권력기관이 바로 경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건설현장의 이권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 간에 다툼이 벌어질 때 바로 현장에서 개입해 ‘정리’를 해줄 수 있는 기관이라고나 할까요.

이 정권은 모든 게 건설족으로 시작해서 건설적으로 끝나나 봅니다. 손대는 일도 모두 건설이요, 문제가 터져나오는 곳도 건설현장이네요. 건설현장 비리가 곧바로 권력 주변으로 이어집니다.

30여년 건설공사현장을 누빈 대통령의 경험과 실적을 내세워 권력을 잡은 정권의 수준, 딱 그만큼이네요.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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