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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과학벨트, 제2의 세종시 되나

등록 2011-01-20 06:31

이명박 대통령과 충청권의 악연은 세종시로 끝난 게 아닌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충청권에 3조5천억원을 들여 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첨단산업단지 등을 건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법은 연말 국회에서 처리됐습니다.

문제는 이 법에 지역이 명기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시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로 얼렁뚱땅 처리된 것입니다. 충청권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세종시의 전력도 있으니까.

여기에 청와대가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지난 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입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힌 것이죠. 충청권이 가만있겠습니까?

청와대의 이런 태도변화는 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부터인 것 같습니다. 잘 아다시피, 세종시 수정안은 세종시를 원안인 행정복합도시에서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바꾸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이 수정안이 충청권의 반발과 박근혜 의원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공중에 떠버린 것입니다.

아마 청와대에서는 행정복합도시와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모두 충청권에 줄 수는 없다는 기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 충청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묻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충청권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세종시 원안 추진과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충청권 유치는 별개의 대선공약이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충청권에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똥은 한나라당으로 튀었습니다. 자칫 미적거리다가는 ‘제2 세종시’ 사태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입니다. 내년 대선, 총선을 걱정해야 되니까요. 서병수, 정두언, 나경원, 박성효 최고위원 등이 나섰습니다. 공약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 최고위원은 임 비서관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며 문책까지 요구했습니다. 당·청 갈등이 재현되는 모습입니다.

당 지도부는 난감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를 둘러싸고 당과 청와대가 갈등을 겪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문제가 불거졌으니까요. 안상수 대표는 19일 공식적으로 논의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수그러들지 의문입니다.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세종시 문제와 좀 다릅니다. 세종시의 경우 충청권에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 벨트는 충청권에 유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지역이 유치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형님 의원’은 대구·경북의 유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상득 의원은 13일 한나라당 경북도당 당정간담회에서 “대구·경북이 다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만 우위에 있는 것은 당연히 와야 한다. 대구·경북이 팀을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권 내부의 갈등 조짐이 엿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곤란하면 입다무는 건 익히 겪어온 이 대통령의 처신이니 새삼스러운 게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하는 것이 편리한 처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느새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를 어디로 결정하느냐의 문제는 정책적 판단을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이제 어디로 선정되든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책적 사안을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으로 승화시키는 재주는 정말 타고난 것 같습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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