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다음달 1일 ‘대통령과의 대화’를 한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대담자 2명과 토론하는 방식인데,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생중계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대담자 선정에서부터 방송 대본 작성까지 직접 주도한다고 합니다. 전례없던 일입니다. 과거에는 최소한 방송사가 기본적인 대담 형식과 출연자 및 질문내용 등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청와대가 기획과 연출을 다 맡아 한다고 하니, 방송 3사가 ‘청와대 구내방송’이 된 꼴입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사 장악을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뒀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한국방송>(KBS) 장악을 위해 정연주 전 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하지 않았습니까? 전 사장의 해임 사유들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되어 ‘표적 해임’임이 입증됐죠? 그리고 그 자리에 누구를 앉혔습니까? 대선 당시 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문화방송>(MBC)은 또 어떻습니까?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은 무얼 얘기하는 것이겠습니까?
왜 이 대통령이 그렇게 방송 장악에 오매불망했는지는 이번에 명백해진 것 같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 등이 그 자리에 있으면, 이 대통령이 언론의 형식적인 원칙조차 무시한 이런 방송을 요구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거 관례처럼 해오던 새해 기자회견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연설문을 읽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이후 의전상 불가피한 정상회담의 경우를 빼고 기자들 앞에 선 것은 4차례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미·일 순방 관련 기자회견이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관련 기자회견 등이고, 국내 정치현안을 위한 기자회견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사과한 2008년 6월 촛불시위 관련 특별 기자회견입니다. 정권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때 말고는 없는 셈이죠.
기자회견은 연설이나 ‘대통령과의 대화’ 같은 방송 프로그램과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현안을 묻고 대통령의 생각을 듣는 자리입니다. 연설에는 질문이나 반론이 없습니다. 일방통행만 있을 뿐입니다. 물론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 지속적으로 국정현안을 취재해온 기자들의 전문성이 담기지 않습니다. 수박 겉핧기식 문답, 대통령이 답하기 곤란하지 않은 문답만 선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이 국민과의 소통이고, 무엇이 소통을 가장한 일방홍보인지 명백하지 않습니까?
외국은 어떨까? 며칠 전 <중앙일보> 기사의 일부입니다. 비교해보시죠. “2010년 한 해 동안 오바마는 518번 연단에 섰다. 이 중 27번은 연설 외에 기자들과 일문일답까지 주고받았다.…(중략) 이런데도 미국 사람들은 오바마의 대국민 소통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한 언론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오바마에게 ‘기자회견을 더 많이 하라’고 요구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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