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의 민주화 열기가 무섭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튀니지에서 23년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데 이어, 이제 이집트에선 30년 장기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목소리가 높습니다. 예멘과 요르단 등에서도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정권 붕괴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강온 양면책을 내놓았습니다. 전차를 앞세운 군 병력을 시내에 투입하고 통금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기는 한편 내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불붙은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시민들은 통금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무바라크 퇴진”을 외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군과 시민들이 악수와 포옹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무바라크 정권이 위태롭게 되면서 미국이 바빠졌습니다. 이집트는 미국의 아랍권 맹방입니다. 친미 정권의 붕괴로 미국의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위협받는 것을 방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바라크 정권을 내놓고 지지할 수도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언제나 정치 및 경제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 번영을 위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해왔다”고 말한 것은 이런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무바라크와 시위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 전략”이라며 무바라크에게 개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야당세력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집트는 아랍권의 정치·군사 강국입니다. 그래서 이집트의 민주화는 튀니지의 정치 격변과 그 영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랍권의 정치질서가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번 사태를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태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독일의 <디 벨트>는 “많은 전문가는 이집트나 시리아 같은 나라의 강고한 보안조직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1980년대 말 동유럽도 마찬가지였다”며 “시민들이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을 깨달았을 때 당시 통치제제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대안 정치세력일 겁니다.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담아내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해낼 정치세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튀니지의 경우 벤 알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아직 대안 정치질서를 담당할 세력의 부상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집트도 시민의 저항을 조직하고 이끌어갈 정치적 구심점이 뚜렷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아랍의 정치변화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새로운 질서의 싹은 무너진 구질서의 폐허 위에서 틔운다고 합니다. 폭압적 정치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진지한 정치적 대안들이 모색되고 자리 잡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이제 아랍의 정치변화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새로운 질서의 싹은 무너진 구질서의 폐허 위에서 틔운다고 합니다. 폭압적 정치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진지한 정치적 대안들이 모색되고 자리 잡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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