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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이집트 민주화와 무슬림형제단

등록 2011-02-08 08:28

이집트 시위가 지속되면서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의 정치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1928년 설립된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를 버텨낸 가장 큰 야권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무슬림형제단은 1950년대 불법화됐습니다. 그러나 2005년 의회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 소속 인사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정부의 갖은 협박과 선거방해에도 불구하고 의석의 20%(88석)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성과는 합법 야당이 겨우 14석밖에 얻지 못한 것과 비교됩니다. 그만큼 뿌리가 깊고 조직적 역량이 만만찮은 것입니다.

무슬림형제단의 부상에 대해 미국은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을 반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테러 조직으로 의심하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미국 뉴스채널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들에게) 반미 이데올로기 색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오바마 대통령뿐이 아닙니다. 이에 앞서 2008년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무슬림형제단이 소요의 배후라면 숨쉬는 모든 이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애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를 밀어붙이던 기조에서 최근 점진적 개혁을 촉구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경계심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물러날 경우 예측불허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의 이런 불안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합니다. 무슬림형제단의 이론가 중에 사이드 쿠트브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1960년대 처형당했는데, 그의 저술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의 이론과 활동이 다양한 이슬람 테러집단의 기반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 세력이 이집트의 권력을 잡기라도 하는 날에는 미국으로서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의 민주화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성취를 이뤄낼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미국은 이집트에 연 10억 달러가 넘는 군사지원을 해온 최대 맹방입니다. 이런 미국의 의심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큰 과제입니다.

사실 무슬림형제단은 그동안 테러집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1970년대 테러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고,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세속적 정치·법질서 인정과 여성 인권 존중,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존중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비 살레라는 무슬림형제단 소속 이집트 상원의원이 “서구는 우리를 이란의 시아파 체제로 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터키 모델에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구식 의회주의를 존중하는 터키의 집권당이자 온건 이슬람 정당인 정의개발당이 무슬림형제단의 모델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집트의 민주화 투쟁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혼돈을 뚫고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키기까지 각 정치세력의 협략과 경쟁,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민주화 이후의 이집트 모습은 어떤 정치 세력이 어떤 정치적 리더십으로 국민을 설득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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