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 것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의 신경전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서울시가 9일 새 학기를 앞두고 ‘초등학교 급식 친환경 식재료 구입지원 예산’ 59억원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 예산은 애초 서울시의 올 예산안에 편성됐고 시의회에서도 통과된 예산안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태도를 바꿔 지원불가로 돌아선 것은 사연이 있습니다.
애초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의회에 올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초·중·고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구입예산 102억원을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이 예산에서 초등학교 지원 몫만 떼어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의 서울시 부담 몫(695억원)에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돈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을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해놓은 상태 아닙니까? 말하자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죠. 서울시의 입장은 중·고교 지원예산 44억원만 집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리게 될 것 같습니다. 시의회는 다음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재의 요구건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번 초등학교 친환경 식재료비 지원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 명분 싸움만은 아닙니다. 똑같은 친환경 식재료비 지원이지만, 서울시의 지원계획과 시의회의 지원계획은 다릅니다.
서울시는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신청을 받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또 이 지원금에는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해야 한다는 등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오 시장의 선별복지론과 맞닿아 있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서울시 초등학교 가운데 50% 남짓만 신청했습니다.
반면 시의회가 처리한 예산안은 선별지원이 아닙니다. 모든 학교에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조건이 따로 붙어있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무상급식 지원의 일환이고, 보편복지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죠.
결국 핵심은 다시 원점입니다. 무상급식이냐 아니냐 또는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입니다.
언제쯤 우리 아이들은 ‘주네, 마네’ 하며 다투는 어른들의 눈치 안보고 마음편히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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