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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낙하산 인사의 과잉

등록 2011-02-21 16:59

선거에서 이기면 주요 공직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전통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걸 ‘스포일즈 시스템(spoils system·엽관제)’이라고 불렀습니다. 1832년 뉴욕주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마시의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To the Victor Belongs the Spoils)이란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승리를 위해 싸울 때는 승리의 과실을 향유할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패한다면, (패한 쪽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에선 초기에 우체국장을 제일 먼저 바꿨습니다. 당시 유일한 정보유통 통로였던 우체국을 누가 장악하느냐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대통령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우체국장과 군 지휘관을 자기 사람들로 채운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스포일즈 시스템은 ‘무능력과 부패’의 상징처럼 비쳤고, 20세기 초반부터는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자격임용제)의 도입이 점차 확대됐습니다.

한국에선 엽관제를 흔히 ‘낙하산’이라고 부릅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 실세의 친인척이 정부직에 기용되는 일이 많았는데, 이걸 공수부대 낙하산에 빗대 ‘낙하산 인사’라고 불렀습니다. 19세기 미국 엽관제의 상징이 우체국장이라면 한국 정치의 ‘낙하산’ 상징은 공기업 임원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차관이나 청와대 비서관에 기용되지 못한 인사들이 숱하게 공기업 사장이나 이사, 감사로 내려앉았습니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이명박 정부에선 ‘공기업 낙하산’이 훨씬 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문화방송> ‘PD수첩’의 분석을 보면, 이명박 후보 캠프에 참여했거나 한나라당 출신 인사 가운데 공공기관에 자리를 얻은 이는 348개 기관에 306명이나 됩니다. 공기업 이사장이나 이사, 감사는 국회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으면서 보수는 상당히 높아 많은 ‘낙하산’들이 선호하는 자리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대통령제 아래선 낙하산이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권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은 “낙하산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이 강해서 그렇지, 대통령제에서 이데올로기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관료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정부 주요 포스트를 대통령 측근 인사들로 채우는 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자질입니다. 정치적 인물로 자리를 채우더라도 그에 걸맞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인사는 만사(萬事)가 아니라 망사(亡事)가 될 겁니다. 대통령이 채울 수 있는 자리의 수는 미국의 경우 6478개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은 그보다 적긴 하지만 그래도 3천여개의 자리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이 많은 자리가 능력없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배경으로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정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럼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어떨까요? 내일치 <한겨레>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실태를 확인해 보세요. 박찬수 <한겨레> 부국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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