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외교사절 숙소 침입 의혹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설픈 첩보 작전으로 국가 망신을 자초한 만큼 파면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야는 이르면 다음주 정보위를 소집해 이 문제를 다룰 방침이라고 합니다.
사실 국정원이 사고를 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뤼의 뒤를 밟다 발각됐었죠. 한 달 뒤에는 주 리비아 대사관에 파견된 직원이 리비아 무기체계 정보수집과 북한 노동자 동향 파악을 하다가 간첩행위로 추방된 적이 있습니다.
경찰은 전형적인 늑장 수사입니다. 경찰은 롯데호텔의 폐쇄회로 티비 화면을 확보했으면서도 침입자 3명의 침입 경로와 도주 경로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수사중”이라는 답변만 되뇌고 있는 형국입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기자들에게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혀졌을 경우 처벌해도 실익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도 “그 문제에 대해 할 말 없다”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며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원 원장 책임론과 관련해 “그것은 국내의 요구에 의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쪽에서 우리 외교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하니, 사태를 지켜보며 인도네시아가 어떤 조치를 요구하는지 등을 봐서 그에 맞춰 결정할 일 아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곤혹스러운 처지임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국정원은 여야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NCND’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국산 고등훈련기(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을 위해 ‘한 건’하려다 사고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T-50 수출을 위해 직접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싱가포르를 상대로 판매에 나섰지만, 이탈리아에 밀려 거푸 체면을 구긴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인도네시아의 훈련기 구매 관련 정보 등을 확보하기 위해 어설프게 지원사격에 나섰다가 탈이 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쪽은 이와 관련해 도난당한 군사기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도난당했던 노트북 컴퓨터는 산업장관의 참모 것으로 군사정보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양쪽 정부 모두 이번 사건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꺼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야당이 군사정보 도난 가능성을 거론하며 쟁점화할 태세여서 자칫 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켜보며 의문이 하나 들었습니다. 국정원의 잘못이 무엇일까요? 외교사절의 숙소에 침입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온 것이 잘못일까요, 아니면 정보를 빼내려다 ‘들통’이 난 게 잘못일까요? 어느 쪽일까요? 일단 발각된 것과 관련해서는 나라 망신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데 별 이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국정원을 ‘내곡동 흥신소’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숙소에 침입한 것은 어떨까요? 일단 범법 행위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검사는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위해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조현오 청장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며 처벌의 실익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네요. 그냥 넘기면 앞으로 국익을 명분으로 자행되는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 독재정권에서 정보기관의 불법도 국익을 명분으로 저질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불법이 명확한 이상 형사처벌 절차를 밟고, 국익을 위한 행위에 대한 정상참작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는 의견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 옳다고 보십니까?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양쪽 정부 모두 이번 사건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꺼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야당이 군사정보 도난 가능성을 거론하며 쟁점화할 태세여서 자칫 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켜보며 의문이 하나 들었습니다. 국정원의 잘못이 무엇일까요? 외교사절의 숙소에 침입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온 것이 잘못일까요, 아니면 정보를 빼내려다 ‘들통’이 난 게 잘못일까요? 어느 쪽일까요? 일단 발각된 것과 관련해서는 나라 망신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데 별 이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국정원을 ‘내곡동 흥신소’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숙소에 침입한 것은 어떨까요? 일단 범법 행위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검사는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위해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조현오 청장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며 처벌의 실익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네요. 그냥 넘기면 앞으로 국익을 명분으로 자행되는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것이죠. 과거 독재정권에서 정보기관의 불법도 국익을 명분으로 저질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불법이 명확한 이상 형사처벌 절차를 밟고, 국익을 위한 행위에 대한 정상참작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는 의견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 옳다고 보십니까?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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