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 강경한 대남 위협을 쏟아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늘치 사설에서 키 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을 겨냥해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발발 위험이 더욱 커가고 있다. 남조선 당국자들이 미국과 함께 긴장 격화와 북침전쟁 도발의 길로 나간다면 그로 인한 모든 결과에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어제도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 성명에서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을 가리키며 “서울 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전면전 등으로 맞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쪽 단장 명의 대남 통지문을 통해 “괴뢰군부의 심리전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행위의 발원지를 자위권 수호 원칙에서 직접 조준 격파사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지금으로선 북한 발언은 구체적인 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보다는 엄포성 성격이 짙어 보입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이나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안정화 문제, 최근 중동에서 번지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 등의 상황을 보면, 북한의 격한 발언은 일종의 위기의식의 발로이며 그만큼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 리졸브는 컴퓨터 워게임으로 이뤄지는 지휘소연습이라 눈에 띄는 대규모 훈련은 없습니다. 키 리졸브가 끝나고 4월30일까지 하는 군단급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 때엔 상륙훈련, 해상구조훈련 등이 포함돼 있어 이 시기에 북한의 발언은 더욱 격렬해질 걸로 보입니다.
이보다 더 위험성이 높은 건, 대북선전물(삐라) 살포에 대한 북한 대응입니다.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일을 몇년째 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원로 인사는 전에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시오? 삐라 살포입니다. 삐라가 그만큼 북한 민중들의 마음을 움직여 반독재 투쟁에 나서게 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란 얘기지요.”
솔직히 저는 그의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 잘 알지를 못합니다. 다만, 최근 남쪽의 삐라 살포 움직임에 두 가지 우려를 합니다. 하나는 군 당국이 전면에 나서 대북선전물 살포 규모를 확대해가는 기류입니다. 군은 지난해 천안함 사건으로 삐라 살포를 재개한 이후 지금까지 3백만장 정도를 북쪽에 날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엔 11년 만에 처음으로 햇반, 라디오, 의약품 등 생필품 살포를 재개했습니다. 민간단체가 삐라를 살포하는 것과 군당국이 직접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국지적인 남북간 충돌 위험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군당국이 삐라 살포에 적극 나서는 게 과연 가치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이 문제를 남쪽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삐라 살포를 진행하는 일입니다. 조용히 해도 될 일을 큰 소리로 떠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여기에 반대하면, “북한 독재정권을 용인하자는 거냐” 또는 “북한 위협에 겁 먹었냐” 하는 식으로 반대편을 정치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삐라 살포는 어느새 남북간 문제일 뿐 아니라 남한 내부의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느낌입니다. 사회적 이목을 끌면서 삐라를 뿌리면 정부 지원금도, 교회의 후원금도 많이 들어옵니다.
풍선 전단살포를 처음 고안한 탈북자 이민복씨의 얘기는 이런 점에서 음미해볼 만합니다. 그는 조용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단 살포를 주장합니다. 요즘 뉴라이트 단체들은 너무 시끄럽게 전단을 날려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게 그의 얘기입니다. 내일 <한겨레신문>에서 이민복씨의 주장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박찬수 <한겨레> 부국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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