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일 저녁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23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대-중소기업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어려서부터 경제학을 쭉 공부해왔다(*이 회장은 1960년대에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았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하겠다. 도대체 경제학 책에서 그런 말구를 배우지 못했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한두 마디로 끝내던 과거의 답변에 비해 내용이 매우 길고 상세한 데다 어투 또한 공격적입니다. 마치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1995년의 베이징 발언을 연상케 합니다.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살펴볼수록 그가 ‘이익공유’라는 말에 얼마나 큰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 새삼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달 23일 정 위원장이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뒤 보수적 언론과 학자들이 벌이고 있는 이념공세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 색깔론에 동원되는 단어들도 거침없이 끌어다 썼습니다.
그동안 재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해 왔죠. 빈 약속이 아니라는 듯 거액의 기부금을 척척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한국 재벌의 머릿속에 ‘공유’라는 개념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정운찬 위원장이 말한 것은 오늘 회의에선 전혀 거론이 되지 않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직 총리이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뻔히 알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제스처입니다.
오늘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말이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에서 고통받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노동자라면 다 알고 다 바라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이 회장이 억지로 딴청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통 분담은 못할망정 기대이익에 대해서 최소한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대재벌 총수로서 너무나 인색한 모습”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경제적 약자와 이익을 나누는 게 그렇게도 싫다면 힘으로 약자의 팔을 비트는 행위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가 후려치기 같은 부당한 하도급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몫을 빼앗기기 싫다면 남의 몫을 빼앗는 것부터 그만두는 것이 도리 아닐까요. 오늘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은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태를 거론하며 기름유출에 책임이 있는 삼성은 (이익공유 대신) 손해공유제를 실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군요.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경제적 약자와 이익을 나누는 게 그렇게도 싫다면 힘으로 약자의 팔을 비트는 행위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가 후려치기 같은 부당한 하도급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몫을 빼앗기기 싫다면 남의 몫을 빼앗는 것부터 그만두는 것이 도리 아닐까요. 오늘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은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태를 거론하며 기름유출에 책임이 있는 삼성은 (이익공유 대신) 손해공유제를 실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군요.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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