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지역에 사상 최악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본 언론(<아사히신문> 기준)이 집계한 바로는 지금까지 사망자가 최소 5694명, 생사 불명인 사람이 1만7607명, 피난민이 40만7066명에 이릅니다. 아직도 피해 확인이 안된 곳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사고 발생 1주일째인 지금쯤이면 보통 재해시설 복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시기입니다. 헌데 일본 국민은 지금 또 다른 공포 앞에 섰습니다. 바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선 누출 공포입니다. 66년 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그 끔찍한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그들에게 방사능은 ‘원초적 공포’ 그 자체일 것입니다.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어제부터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자위대 헬기와 소방차를 동원해 원전 안에 냉각수를 붓고 있습니다. 오늘도 계속해서 물을 투입합니다. 자위대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 헬리콥터 4대로 바닷물을 붓기로 했고, 지상에선 소방차 11대가 동원될 예정입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어제 “향후 48시간이 중대 고비”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운명의 48시간이 이제 후반부로 치닫고 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원전 주변의 방사선 수치가 다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희망을 다시 살려내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선임고문인 그레이엄 앤드루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더 악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군요.
발전소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이 밤새 외부 전기를 발전소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성공한 것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새 전원이 확보되면 노심 냉각장치를 재가동해 원자로를 식히고,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고 시한 ‘48시간’이 임박해 오면서 각국 정부는 자국민들을 일본 열도에서 속속 철수시키거나 철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상황이 악화하면 군용기와 해경 경비함까지 총동원해 일본에 남아 있는 교민들을 대피시킨다는 방침입니다. 자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는 당연한 일이지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일본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일본인들은 침착한 대응으로 또다시 세계인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경제산업성은 17일 오후 긴급 회견을 통해 갑작스런 한파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예고없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절전’을 호소했습니다. 질서에 순응적인 일본 시민들은 즉각 절전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철도회사들은 철도 운행을 줄이고, 점포들은 운영시간을 단축했습니다. 후지쓰 같은 회사는 직원 2만명을 조기퇴근시켰습니다. 그 결과 우려했던 17일 밤의 정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당국과 시민이 합심해 슬기롭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늘 후쿠시마 원전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재앙이 다가오는 그 순간을 전세계는 속수무책으로 생중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선진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무기력한 상황…. 수천 년을 쌓아온 인간 문명의 속살이란 게 뜯어보면 얼마나 볼품이 없는 것인지, 화려한 외양의 그 문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게 하는 날입니다.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곽노필 편집국 부국장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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