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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누구를 위한 ‘혐오의 정치’인가

등록 2022-03-30 15:51수정 2022-03-31 02:3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백수웅 | 변호사

혐오는 정치의 좋은 소재이다. 다름을 용인할 수 없는 누군가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수가 절반을 넘는다면 정치적 이득이 된다. 흔히들 정치는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차이가 작더라도 표를 많이 받은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이다. 그래서인지 다름을 드러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소재가 있다면 정치인들은 득달같이 달려든다. 정치적 올바름은 교과서 속 이야기이다.

여기 정치인이 하나 있다. 젊은 나이에 당 대표가 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다. 이준석 대표가 등장했을 때 많은 청년들은 기대했다. 이준석 대표가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한때는 낡은 정치인을 향한 거침없는 언사로 강력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를 향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 보여준 그의 행보는 기존 정치인과 차이가 없었다. 다름을 기대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다름없었다.

대선이 끝난 후 이준석 대표는 다시 다름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대표가 대변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나 역시 황금 같은 출근 시간에 시위를 계속하는 장애인 단체에 화가 난 적이 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속으로 욕한 적도 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이준석 대표의 말에는 공감할 수 없다. 나를 위한 이준석 대표의 변호가 썩 즐겁게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이준석 대표가 나를 진정으로 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언어는 그 진의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일 확률이 높다. 혹시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단체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이들 단체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표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경험칙상 꽤나 합리적인 추정이다.

더욱이 이준석 대표의 말이 두려운 이유는 다름을 강조하는 그의 언어 속에서 나도 언제든 그 다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국민을 51 대 49로 나누는 정치인의 언어 속에서 누구든 49의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신지, 대학, 그리고 주택 소유 여부 등 나를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기준은 많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여성들을 특정 집단의 적으로 만들었다. 그녀들의 정당한 주장은 극단적 페미니즘으로 매도되었다. 정치인의 말 하나로 사회적 약자가 혐오의 대상으로 변하는 섬뜩한 순간이었다. 혐오의 정치가 계속된다면 나 아닌 어느 누구라도 정치인에 의해 사회적 약자이자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혐오를 만드는 정치인이 활동하는 세상에서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청년을 말하는 세상에서 청년을 위한 세상은 만들어질 수 없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선 긋는 다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불안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어쩌면 정치인으로부터 시작된 혐오가 우리네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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