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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경찰국 신설, 역사 시곗바늘 되돌리자는 건가

등록 2022-08-03 19:29수정 2022-08-04 02:36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일 오전 경찰청에서 경찰국 출범 강행 유감 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위 위원들은 이날 회견에서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일 오전 경찰청에서 경찰국 출범 강행 유감 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위 위원들은 이날 회견에서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왜냐면] 문영호 | 회사원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일 31년 만에 공식 출범했다. 경찰 내부의 반대 목소리와 우려는 여전하다고 한다. 경찰국 신설 반대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도 37만명이 넘게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행안부의 경찰통제 방안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위법 소지가 없지 않다. 법을 보면 행안부 장관이 관장하는 사무 중에는 경찰과 치안에 관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행안부 경찰국은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법 위반이다. 정부조직법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행형 등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가 굳이 경찰을 통제하고 싶다면, 야당을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서 경찰과 치안을 행안부 장관의 업무 중 하나로 넣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법률 우위의 원칙 등을 위반한다고 볼 수 있다.

경찰 중립화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91년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하기 전에는 치안 사무가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소관이었다. 이 시기에 경찰의 많은 인권유린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6·10 항쟁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사망 사건 등을 통해 속죄의 길을 걸어온 경찰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에 와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의 통제를 명분으로, 충분한 논의 과정이나 국민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서둘러 경찰국을 신설한 것은 경찰의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과거로의 회귀로 읽힐 수 있다. 이로 인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경찰이 정권의 눈치만 본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선의 많은 경찰관도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경찰의 중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국민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라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 되지 않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선진 외국의 경찰은 어떤가. 미국과 영국은 주민이 경찰청장을 뽑는다. 일본은 총리 직속의 국가공안위원회가 경찰을 관리하고 감독한다. 하지만 총리에게 위원회에 대한 지휘 권한은 없다. 경찰국 신설로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를지언정 훗날 부작용이나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제도적 퇴행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 치안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이 중립성과 자주성을 온전히 지키며 독립적인 치안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력에 대한 경찰의 정치 예속화로 많은 과오와 불법을 저지른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고, 오로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진정한 민주 경찰로 거듭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현장 경찰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도 아쉽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숙고 기간을 거치는 등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서둘러 추진한 게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끝으로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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