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낮 12시30분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국밥 100인분을 준비해 마을잔치를 열었다. 김규현 기자
[왜냐면] 백수웅 | 변호사·<테러를 프로파일링하다> 저자
서울 중구 명동에 채식주의나 할랄 음식점이 많이 늘었다. 중국 관광객이 사라지고 이슬람 국적의 동남아 관광객이 증가한 결과라고 한다. 한류 금지, 단기 비자 발급 중지 등 중국 관광객의 감소가 일시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실제로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국내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중국인의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동남아 노동자의 입국은 늘고 있다. 시장 경제 원리는 국내 외국인 지형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대구의 사정은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대구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자본주의 논리가 적용된다. 다만 그 방향에서는 차이가 있다. 북구 대현동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을 건축할 경우, 주거 환경이 악화하고 집값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다. 원주민의 걱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당장 우리 아내부터 이슬람 종교에 편견이 있다. 이슬람 복장을 한 남자를 만나면 무섭다고 말하고 이슬람 특유의 냄새가 싫다고 한다. 자칭 이 분야의 전문가로 객관적 사실들로 아내를 설득해 보지만 늘 실패한다.
대현동 주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난 2일 대현동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수육 행사는 적절한 대응 방식은 아니다. 폭력적 극단행동은 ‘차별’과 ‘혐오’를 먹고 자란다. 강자나 다수가 선택할 수 있는 차별과 혐오는 약자를 누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약자는 강자의 선택을 이유로 자신의 폭력적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테러의 기본적 메커니즘이다. 대구시가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테러를 예방하는 관점에서 정부 등 유관단체의 적극적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
아내에게도 늘 말하는 레퍼토리지만 내가 변호사로서 만난, 이슬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온건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이슬람국가(ISIS), 알카에다 연관 세력이 국내에서 테러를 강행할 요인도 부족하다. 또 우리에게는 대테러·방첩 업무에 엄청난 노하우를 가진 국가정보원이 있지 않은가. 국정원은 출입국관리소와 합동해 이슬람 등 특정 종교를 가진 이들을 감시한다. 문제가 생기면 출입국사범으로 입건해 강제 출국 등 적극적 조치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현 보수정권이 이민청을 추진하는 이유도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81명이다. 생산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소멸단계에 접어들었고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문을 닫을 중소기업도 다수다. 외국인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들이 국내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시장 경제 논리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오늘도 난 퇴근 뒤 아내의 속을 긁어본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보고 한 명이라도 마음이 바뀌기를 바란다. 그 시작이 대구에서 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