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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헌정사상 첫 구속영장’ 시민·야당대표 이재명의 숙제

등록 2023-02-22 18:29수정 2023-02-23 02:53

법무부 관계자가 지난 21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 공동취재사진
법무부 관계자가 지난 21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 공동취재사진

[왜냐면] 오동석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민 이재명의 관점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어떻게 볼 거냐의 문제다. 언론은 검찰이 야당 대표 이재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일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검찰이 정권의 뜻을 헤아려 야당을 무력화하는 정치적 공세라는 점에 주목하는 의미일 것이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굳이 야당 대표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건 ‘법적 괴롭힘’ 목적이라는 의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목적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아도 또는 최종적으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아도 달성된다. 공익을 위한 공적 표현을 억제하려는 아니면 말고 식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확장해서 악용한 방식이다. 노조에 대한 기업 또는 국가의 손해배상소송도 그 연장선에 있다. 법의 외피를 쓰고 정당한 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킨다.

법이 정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이다.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한다. 문언은 하나의 요건에 해당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구속 수사가 헌법적 원칙이므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구속 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검찰의 영장 청구도 마찬가지다. 법치는 권력에 대한 법적 규율과 통제를 바탕으로 권력의 자기제어와 국민의 신뢰가 결합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공권력이 합리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믿음이 축적돼야 법치의 전제 요건이 충족된다. 검찰과 정권은 국민의 반대 여론도 있지만 지지 여론도 있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런 억지가 헌법 규범을 벗어났다는 증거다.

검찰의 임의적 영장 청구는 재량권을 넘어 재량의 폭력으로 나타난다. 야당 대표를 겨냥할 정도면 보통 시민은 검찰의 자의성이 더할 거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야당 대표에 빗대어 시민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평범한 시민 이재명의 관점에서 출발해 보는 거다. 검찰 개혁을 어렵게 했다고 하는데, 불구속 수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만으로 시민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 괴롭힘의 속성상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이제 국회의원 이재명의 차례다. 구속영장의 당사자로서 방어와 항변은 당연하다. 불체포특권도 국회의원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다. 특권은 특별한 책무의 이행을 전제로 한다. 국회의원이 입법자로서 그리고 국정통제기관으로서 구실을 충실하게 하려 함이다. 더욱이 국회의원 이재명은 국회 과반수 의석이 있는 정당의 대표다.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그동안 힘들게 터전을 마련한 인권 규범과 제도가 곳곳의 영역에서 망가지고 있다.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은 감감무소식이다. 악법의 대명사인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은 여전히 위세를 부린다.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은 취약하고 노동자들 생명이 위험하다.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 확대와 대공수사권 재장착 시도 그리고 사이버안보 영역으로 확장, 경찰의 강화된 수사권과 정보권력의 통제 부족, 군에서 성폭력과 인권 침해 등 권력기관을 개혁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민들은 의회 민주주의에 따른 인권과 민주주의의 입법을 갈망한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비롯한 ‘시행령 통치’는 입헌민주주의를 갉아먹은 지 오래고, 다시금 법치를 좀먹고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의회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헌법적 수단 가운데 하나지만, 시민들은 그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지 못했다.

1972년 유신헌법은 국회 임시회의 회기가 30일이 넘지 못하게 했다. 시민 중심의 입법기관으로서 의회를 살리는 프로젝트는 한 달 안에 끝낼 수 없다. 연속해서 임시회의를 열면서 입법적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 1987년 헌법체제를 실질적으로 개혁하는 길이다. 의회 다수당과 그 대표가 시민에게 다수당의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불구속 수사 원칙의 헌법적 중요성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그리고 면책특권의 지속성을 살려 나가기 위해 헌정사상 첫발을 떼는 야당 대표 이재명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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