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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고장난 정치권은 MZ세대의 저항에 반응하라

등록 2023-04-05 18:29수정 2023-04-06 02:40

지난 3월2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백수웅 | 위솔브 법률사무소 변호사

난 신데렐라가 된 적이 있다. 직원이 5인 미만인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할 때였다. 회사 대표는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한다는 이유로 나를 신데렐라라고 불렀다. 불쌍한 신데렐라는 퇴사 권고를 받았다. 그것도 대표가 아닌 대표 동생에 의해서다. 억울했다. 뒤늦게 노동법을 찾고 내 상황을 적용해 봤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다툴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무실에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갑질, 부당해고 등의 신고를 할 수 없다. 잘 나가는 변호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이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보호받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퇴사했다.

‘법’으로 먹고 사는 처지지만, 법은 완벽하지 않다. 법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목적으로 만든 법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물론 정부와 국회가 발의한 법들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법치주의 아래에서 잘못된 법을 수정·보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국회의 유능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법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입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고, 국가 재정도 수반한다. 법을 만드는 것에 있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자원을 분배하고 이해관계를 설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게 바로 정치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입법기능이 마비된다면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나 같은 피해자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정치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대화의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자원의 분배는 철저히 기득권만을 위해 맞춰져 있다. 서울, 경기에 집중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50대 이상이 다수인 국회의원들이 저출산 등 엠제트(MZ)세대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조와 이들이 만드는 정책은 기득권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정책에만 맞춰져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역을 떠나고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다. 정치권이 이들의 저항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고, 대한민국의 성장에 기대어 유지해오던 기득권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은 싸움을 멈춰야 한다. 고장난 정치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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