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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기쁘다’와 ‘즐겁다’에 대한 다른 의견

등록 2006-06-08 21:55

왜냐면
‘기쁘다’는 좋은 일이 눈앞에 생겨 느낌이 곧바로 오는 것이다. 반면에 ‘즐겁다’는 좋은 기분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5월29일치 〈한겨레〉 ‘말뜻 말맛’에 실렸던 “‘기쁘다’와 ‘즐겁다’”를 잘 읽었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는 김수업 선생의 뜻에 매우 공감한다. 하지만 이 글에 약간 이견이 있다. 김 선생은 ‘기쁘다’는 느낌은 마음에서 오고 ‘즐겁다’는 느낌은 몸에서 온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기쁘다’는 좋은 느낌이 ‘곧바로’ 오는 것이고 ‘즐겁다’는 ‘지속되고 있는’ 그 시간적 차이에서 구별되는 것이라고 본다.

‘기쁘다’는 좋은 일이 눈앞에 생겨 느낌이 곧바로 오는 것이다. 김 선생이 든 보기들, 곧 “전쟁에 나갔던 아들이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 어버이는 기쁘다”나 “몸져누우셨던 어버이가 깨끗이 나아 일어나시면 아들딸은 기쁘다”가 그런 보기들이다. 대학 합격이나 회사 취직도 ‘기쁜 소식’이다. 기쁜 일은 순간적으로 생기므로 그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기쁜 느낌은 얼굴에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희색이 만면하다”는 표현이 있다. 반면에 ‘즐겁다’는 좋은 기분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즐기자’거나 ‘즐기며 살자’고 한다. 하지만 ‘인생을 기뻐한다’거나 ‘기쁘게 살자’는 말은 없다. ‘취미로 낚시를 즐긴다’는 말도 있다. 지금 낚시를 하고 있지 않아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지속되는 일에 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즐기다’가 김 선생 말처럼 몸에서 오는 느낌이라면 “독서를 즐긴다”는 표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즐거우면 그 느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인생을 즐기는 사람의 얼굴이 진지하거나 심각할 수도 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의 얼굴도 대개 덤덤하다. 그러나 월척을 낚은 순간은 ‘기쁨’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쁨’은 혼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나 ‘즐거움’은 홀로 가만히 감추고 있기 어렵다”는 김 선생의 말은 거꾸로 된 것이다. 오히려 “‘즐거움’은 혼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나 ‘기쁨’은 가만히 감추고 있기 어렵다”고 말해야 맞다.

〈논어〉의 첫 구절,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와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는 바로 이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혀서 모르던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좋은 기분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쁜 것이다. 반면에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면, 그 벗과 함께 공부도 하고 문학과 인생도 논하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느낌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요컨대, 자식을 낳으면 ‘기쁘다’. 그리고 자식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 ‘즐겁다’.

김창진 /초당대 교수·‘한국어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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