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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유류세 인하 논쟁’ 나무보다 숲을 보자 / 성명재

등록 2007-06-21 17:08수정 2007-06-21 17:35

왜냐면
요즘 ‘유류세 인하 논쟁’이 뜨겁다. 국민소득에 견준 체감 유가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몇 배에 이른다는 주장이 논지다. 만약 그런 주장이 타당하다면 시급히 유류세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경제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경제학자란 사실을 떠나 주유할 때마다 지갑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필자 또한 심정적으로 분통을 금할 수 없다. 유가가 인하되기를 누구 못지않게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가가 높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현재의 가격 수준이 적정한지를 짚은 다음 조세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소득 대비 유가의 비교가 방법론상 적절한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석유류의 값은 주로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가격을 설명하는 데서 소득의 역할은 상당히 작다. 그러므로 소득 대비 가격의 국제비교는 원천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낮은 후진국을 상대로 소득 대비 유가 수준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후진국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 왜 굳이 반대 위치에 있는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비교하는지도 의문스럽다.

석유류는 소비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교통혼잡 등 외부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외부비용을 원가에 반영하여 값을 높여야만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소비 수준에 도달한다. 유류세는 제조원가에 외부비용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과세되고 있다.

환경오염 및 교통혼잡 비용은 집적도가 높을수록 가파르게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악지역을 뺀 유효면적당 인구밀도는 훨씬 더 높다. 반면에 도로 여건은 선진국보다 열악하다. 따라서 환경오염 및 교통혼잡 비용은 집적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류의 경우 제조원가와 함께 외부비용이 거의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된다. 반면에 유가와 소득의 상관관계는 작다. 그러므로 이런 요인을 무시하고 체감 유가만을 기준으로 선진국보다 유가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급하다.

환경오염·교통혼잡 외부비용 세계 최고
이런 외부비용 반영 선진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내려야 하지만
수요관리 차원 소비감축 유도 적절

휘발유만을 놓고 보면 지난 수년 동안 유류세 인상이 거의 없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세 부담은 오히려 낮아졌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의 가격 인상은 원유가 상승 및 정유사들의 유가정책에 기인한다. 이 경우에도 유가 상승의 원인을 세금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하면 실효세 부담은 오히려 종전보다 하락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유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006년 4분기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휘발유는 세금 비중이 57.6%로 29개 회원국 중 14위, 절대가격은 11위이다. 경유는 세금 비중이 47.4%로 19위, 가격 수준은 14위이다. 외부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우리나라의 유가가 높다고 하기 어렵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국민경제를 생각하면 석유 소비 감축이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현행 유류세 체계를 유지하되, 좀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와 대체수단 개발 등을 통한 수요 관리를 통해 석유류 소비 및 국민 부담을 모두 감축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명재/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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