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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청소년과 맞선 경찰의 딜레마 / 김창윤

등록 2008-06-05 18:35

왜냐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좌파와 우파라는 흑백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민의 출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쇠고기 파동에 대한 중·고교생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 참여는 과거의 시위 문화와 진압에 익숙하던 경찰에 새로운 딜레마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사회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영국의 법집행(Law Enforcement)을 살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좌우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정의의 실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법과 질서 진영’과 시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시민·자유주의 진영’(Civil Libertarian Lobby)으로 나뉘어 지금도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하고 있다. 전자는 범죄율 증가와 범죄자에게 주목하여 엄격한 법집행과 효과적인 범죄통제를 강조한다. 이에 반해 후자는 경찰의 제반 문제점 등에 주목하면서 시민의 기본권 보호와 인권 보호를 위한 적법 절차의 준수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제 우리 사회도 과거와는 다른 청소년들의 자발적 시위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세월 우리 사회를 분리시켰던 좌우 이데올로기적 시각이 아닌 ‘법과 질서’와 ‘시민·자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왜냐하면 좌우 이데올로기처럼 대립적인 이념의 문제가 되어서 배후세력이 누구이며, 이들 배후세력이 시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시위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며, 또한 이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재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지금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의 문제는 ‘법과 질서’의 위반에 대한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자유’의 보장이라는 ‘집회·결사’의 기본권 실현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현재의 상황을 집시법 등의 위반에 대한 범죄의 문제로 생각하여 엄격한 법집행만을 강조하는 대책이 아닌 새로운 대응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즉, 지금의 촛불집회 상황을 범죄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집회 자유를 보장하는 ‘보호 기능’으로 생각하여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여 청소년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롭고 아름다운 민주시민으로 성장해야 하며, 이들을 준법시민으로 성장시키고 훌륭한 지성인으로 만드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법과 질서’의 문제로 오인하여, 많은 선량한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어 국민의 비난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또다른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김창윤 경남대 행정경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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