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며칠 전 매달 수입의 일정 부분을 투자하는 펀드회사로부터 연말보고서를 받았다. 그간 날마다 확인하던 수익률을 정신건강 차원으로 몇 달 동안 확인하지 않았던 터라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차피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테니 마음 굳게 먹고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하였다.
혹시나 모를 기대감을 갖고 본 보고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수익률이 바닥이라서 그러냐고? 이건 수익률 문제가 아니다. 총 6쪽에 이르는 보고서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은 단 하나도 없었다.(참고로 나는 경영 관련 과는 아니지만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일간지와 경제 관련 잡지까지도 정기구독하고 있는 평범한 사회인이다.) 순간 ‘내가 지금 법조문을 읽고 있나’ 싶었다. 그래도 법조문은 이해는 안 되지만 말 그대로 읽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내 정신건강을 위해 ‘모르는 게 약이다’ 싶었는지 단 한 문장도 읽을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나의 투자 원금이 얼마이고, 수익률이 몇 퍼센트여서, 현재 잔금이 얼마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보고서를 보내온 펀드회사 직원의 몇 퍼센트나 보고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애널리스트들? 과장급 이상 간부들?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건 나에게 보내온 보고서는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라 금융 지식이 부족하여 회사를 믿고 투자한 평범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 중에 카드 청구서의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소비자가 정확히 확인해야 할 부분만 남겨놓았다는 광고가 있다. 처음 그 광고를 봤을 때 ‘뭐, 저런 것까지 광고하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펀드회사의 연말보고서를 받아 보고, 그 카드 광고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박철우 서울 강서구 방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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