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뒤 보복전쟁을 감행한
부시 행정부에게 무얼 배울까.
주적 개념 부활과 물리적 응징은
결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천안함 사태가 터진 게 3월26일이니 벌써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당시의 충격이 조금은 가라앉으면서 우리는 이번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번 사태가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찾고 나면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조처의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형태의 물리적인 응징도 마다하지 않을 듯 보인다. 또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년 전 국방백서에서 사라진 주적개념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이번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에 단호한 조처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사태를 예비하는 것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사태의 원인 규명이 테러세력에 대한 타격을 위한 원인 규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또다른 응징을 염두에 둔 원인 규명이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 및 국방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보복전쟁은 테러를 종식시키기는커녕 더 큰 폭력을 불러오게 되며 공멸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웃과 다툼이 있어 싸우는 과정에서 내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응하는 과정에서 같이 주먹을 휘두르게 되면 나 역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폭력을 행사한 것 자체만으로 말이다. 이렇듯이 동네싸움에서도 그럴진대 국가 대 국가 혹은 국가와 어떤 집단의 대립에서도 선후의 문제가 있을지언정 폭력 대응은, 아무런 것도 얻을 수 없음을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9·11 테러 직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몇 가지 드러난 정황만을 근거로 이라크에 무력 보복전쟁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전쟁을 통해 미국 정부는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대량살상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후세인 정권과 알카에다와의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 정부는 보안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9·11 테러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초라한 말로를 지켜보았다. 그러한 화풀이식 전쟁과 폭력은 보복행위를 한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 외에 아무런 것도 얻을 수 없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이번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최근 부각되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란, 주적개념의 부활과 폭력의 응징이 아닌,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차원의 대응이 되어야 한다. 정부 일각의 생각처럼 이번 사태가 북한의 개입으로 정황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응은 또다른 폭력을 양산해내는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용환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대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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