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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중교통 방송의 ‘이번’과 ‘this’에 관하여 / 김성수

등록 2010-07-25 18:02수정 2010-07-25 18:05

차기 역은 ‘다음 역’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콩글리시 ‘this stop’을 쓰는 것도 나라망신입니다

“이번 시험은 너무 어려웠다.”(가까운 과거) “이번 주(今週)는 매우 무덥다.”(현재) “이번 시합에서 꼭 우승하고 말 테야.”(가까운 미래)

1980년대 중반에 버스 안내양 제도가 폐지되고 음성녹음으로 안내방송을 시작하면서 ‘이번’이라는 말이 대중교통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교통 관련 공무원이 국어학자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고 차기 역과 차차기 역을 한번에 방송하기 위해서 편의상 ‘이번’과 ‘다음’을 전격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차기 역을 ‘다음 역’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타당합니다. 예를 들어 차기 대통령을 ‘다음’ 대통령이라고 하지, ‘이번’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통령은 현재 집무중인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상당수 어린이들이 금주를 의미하는 ‘이번 주’와 차기 역을 의미하는 ‘이번 역’에서 ‘이번’의 쓰임새가 왜 크게 다른가 궁금해하는 상황입니다. 노인 중에는 ‘이번 주’가 내주(來週)를 의미하는가 묻는 분도 있습니다. 국민의 언어생활에 혼란을 일으키는 안내방송을 시정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1. 1980년대 후반, 서울시 일부 시내버스에서는 ‘다음 정류장은 A이고, 그다음 정류장은 B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다음’과 ‘다다음’도 일반인에게 친숙한 말입니다.

2. ‘정차할 곳은 A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해도 우리나라처럼 차기 역과 차차기 역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콩나물시루 버스는 거의 없어졌고, 빨리빨리 문화도 시정되었으니 차기 역 하나만 안내방송에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 방송에서의 ‘디스’(this)도 문제가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오직 한국의 교통수단에서만 ‘디스 스톱’(this stop)이라는 영어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지하철 영어 안내방송을 녹음한 원어민 아나운서가 ‘넥스트 스테이션’(next station)이 올바른 영어라고 서울시 관계자에게 알려주었으나, 그 조언은 묵살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어권 국가에서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스톱’(stop)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미국과 영국 모두 열차 안내방송에서 ‘스테이션’(station)이라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은 영연방에서 station이고 미국에서는 bus stop입니다만, 일본, 중국, 유럽을 포함해서 세계 대부분 국가의 버스 안내에서 statio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영어 안내방송은 ‘The next station is (or will be) A’입니다. 우리나라 교통수단에서 25년 동안 공개적으로 콩글리시(broken English)를 사용한 것은 나라 망신입니다. 행자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고치는 일이 오랜 관행을 뜯어고치는 것이어서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정부가 당위성과 의지를 가지고 시행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김성수 서울 강남구 논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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