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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독자시] 잠의 사형대 앞에서 / 최일걸

등록 2010-11-05 20:45수정 2010-11-08 20:43

사람들에게 넉넉한 안식을 주고

달콤한 꿈을 허용하는 잠이

그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

잠들면 죽는다

혹한이 몰아치는 한겨울에

종이박스를 아랫목 삼아

신문지 몇 장으로

칼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그들에게


잠든다는 것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잠은

뿌리치기 힘든 죽음의 유혹,

얼어붙은 몸은 어느 한순간에

잠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질 기세,

결코 내일은 꿈꿀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

이렇게 죽을 순 없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졸음을 뿌리치며

두 눈 부릅뜨고 긴 겨울밤을 지새운다는 것은

대체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가

누가 극빈의 죄를 물어 그들 앞에

잠을 사형대로 세워놓았는가

잠들면 죽는다

최일걸/전주 완산구 서노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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