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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독자시] 완전와상 우리엄마 눈으로 하는 말 / 박병순

등록 2011-05-06 19:46수정 2011-05-09 11:29

아가야.

이렇게 산줄기처럼 눕고 보니

이젠 내가 저 산이 되려나 보구나.

허리 한번 못 펴고 땅만 보고 살았던 세월들

빈 몸뚱이 악물고 버틸 때나 밤하늘 보고 눈물 한번 삼켰는데

이렇게 눕고 보니 밤하늘 별들마냥 전등 하나가 마음의 불을 켜는구나.

인적 없는 휑한 방. 창밖 먼 산이 내가 되어 종일토록 눕고 보니

저녁놀 붉은 햇살 내 방에 놀러 오고, 그간 애썼다는 안부 손길 따숩구나.

아가야.

이렇게 강물처럼 눕고 보니

이젠 내가 저 강물이 되려나 보구나.

뭐가 그리 바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한번 못 듣고

우리 아가 울음소리, 밥 먹고 웃는 소리, 네 갈 길 찾아 뛰어나가던 발소리만 들었구나.

이제야 지난겨울 말라버린 잡풀이 바람에 사그락거리는 소리 들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에 찬란한 새소리, 봄을 담은 바람소리 들으며

강물 되어 나도 흘러가는구나.

아가야.

이렇게 바람처럼 가벼워지고 보니

이젠 내가 저 하늘 저 구름이 되려나 보구나.

덩그러니 걸린 벽의 사진 속 네 얼굴이 때때로 누군가 싶어지는 게

내 기억도 내 몸처럼, 깃털처럼 훨훨 가벼워지는 게 느껴지는구나.

이제야 고통 없는 자유로운 세상 다 보이고

하늘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나도 세상과 하나 되려나 보구나.

내 사랑하는 아가야.

그래도 못다 한 미련으로 매일 눈을 뜨고, 귀를 여는 것은

아마도 듣고 또 들어도 아까운 네 목소리, 얼굴 한번 보려고 그러나 보구나.

오랜 꿈처럼 이 아름다운 세상 하나 되어도 여한이 없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하루 아등바등 버텨낼 너를 생각하니

그런 널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이렇게 마지막 무게로 버티나 보구나.

※완전와상: 거동이 불편한 65살 이상 어르신의 수발을 돕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일상생활 자립도 구분 중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침상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배설, 식사,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서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의미함.

박병순/국민건강보험공단 남원지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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