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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해외의료봉사의 예기치 않은 후유증

등록 2011-05-30 20:38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봉사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균형이라는 단어다. 봉사를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사이에 더 중요한 사람이 있을까? 주는 쪽은 주기만 하고 받는 쪽은 받기만 하는 것일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 것일까? 자신의 기준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 같다. 베푸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늠해 베풀고, 받는 사람 역시 자신의 상황에 최대한 유익이 될 도움을 받고 싶어하고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기대 수위를 조절한다.

봉사는 항상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하는데, 봉사단체를 운영하는 처지에서는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항상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사랑나눔의사회에서 장기 지원을 결정한 라오스 시엥쿠앙 도의 몽마이 군에 다녀왔다. 현지 의료진과 함께 진료하는 과정을 통해 현지 의료수준을 확인하고 많이 나타나는 질병을 알아보기 위한 시범 진료를 시행한 지 한달이 지난 뒤여서 당시 활동에 대해 현지 의사에게 물어볼 적절한 시점이었다. 현지 군병원 병원장은 본인에게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계속된 치료에도 차도가 없었는데 한국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자 아픈 것이 그냥 없어졌다며 좋아하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뛰어난 의술이 효과가 있고 단기라도 의료봉사가 필요한 사례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지 병원장의 입장으로 보면, 외국인의 진료로 인해 자신의 의술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상황이 된 것이다. 의사가 아예 없는 오지에서의 진료라면 큰 부작용이 없지만, 몽마이처럼 현지 의사들이 있는 곳에서의 진료는 현지 의료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단기 진료팀이 떠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현지 의료진의 치료 방법과 처방약을 믿지 못하게 되는 등 후유증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산악 지역인 몽마이 마을을 돌아보았을 때 우리나라 보건지소에 해당하는 ‘숙살라’가 없는 곳도 많았고 숙살라나 군병원 의료진들을 위한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기 진료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대를 파견해 주민들의 진료를 돕고, 도시에 나와서 교육받지 못하는 현지 의료인력의 교육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올해도 방학이나 휴가기간을 이용해 많은 의료봉사대가 일주일에서 길어야 십여일의 봉사기간 에 수많은 환자들을 보고 가져간 약을 주고 올 것이다. 이제 여러 가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남길 수 있는 단기 봉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의료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지 의술 발전을 도와줄 봉사대가 많아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폭풍처럼 해외 여러 곳을 휩쓸고 돌아올 의료봉사대들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현지 의료진의 역량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을 차분히 생각하고 준비했으면 한다. 좀 느리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려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래서 진정 행복한 봉사 활동을 기대하고 다짐한다.

임태우 사랑나눔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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