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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미친 수시 경쟁률, 그리고 수천억원대의 전형료 / 예경순

등록 2011-09-19 19:36

예경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대입 전형료는 적정한 것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처럼 단박에
구입하는 상품이 또 어디 있을까?
주요 대학들의 수시 원서접수가 지난주로 일단락되었다. ‘재수는 필수라는데’ 하며 어깨가 축 처진 아이를 위로하고 달래서 시작한 재수가 길고 지루하고 힘겹기만 하더니 몇차례의 큰비로 떠들썩했던 여름을 기점으로 시간이 정말 빨리도 흐른다. 다시 올 것 같지 않았던 수시 원서접수의 시간이 돌아오고, 작년에도 경험했지만 아이가 쓴 수시 원서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정말 간절함과 진실함을 담아 써서 마치 합격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잠깐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이도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웃지 않던 얼굴에 잠시 웃음을 머금는다.

이렇게 시작된 수시 원서접수는 급기야 접수가 끝나는 날 우리 가족을 경악하게 했다.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높았으며 어떤 학과는 몇백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별한 자격조건을 요구하는 특기자 전형이나 글로벌리더 전형 등은 그런대로 경쟁률이 높지 않은데, 일반 전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 학교의 전형은 모두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신문을 보니 수도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33.3 대 1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든 전형을 합친 수치이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반 전형을 지원했다는 점을 참작한다면 체감 경쟁률은 훨씬 더 높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시 경쟁률을 비정상적인 수치까지 높인 주범은 원서를 쓴 수험생과 학부모라 해야 할까? 얼핏 보면 그렇다. 학교나 학원에서 입시 상담은 해주지만 원서는 집에서 클릭만 하면 쓸 수 있으므로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에서 컴퓨터로 원서를 쓴다. 수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하나의 기회라는 생각에 수시는 필수가 되고, 학부모는 아이의 능력과 실력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원서를 쓰게 되며, 접수한 원서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학부모의 불안감은 줄어들게 된다. 마치 암과 같은 어려운 병을 앓는 환자가 좋은 약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약을 구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학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자녀의 대학 입시를 앞두기까지 참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해온 학부모들은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클릭을 한다. 클릭 한번에 5만원에서 15만원까지인데, 보통 논술이 있는 일반전형인 경우 7만원이다. 아이들 말로 많게는 20건도 넘게 원서를 썼다고 하니 수험생 가정에서는 정말 많은 돈이 전형료로 지불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입 전형료는 적정한 것인가? 구매자의 입장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처럼 단박에 구입하는 상품이 또 어디 있을까? 이처럼 어떠한 애프터서비스나 리콜 요청도 받지 않고 물건값만 챙기는 비윤리적인 판매자가 지상 어디에 또 있을까?

대학은 학부모의 가슴을 자꾸만 멍들게 한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투자한 사교육비도 억울한데, 거품으로 부풀릴 대로 부풀린 대입 전형료, 그리고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학부모를 지치게 한다. 전국적으로는 대입 전형방법이 3298개라고 하는데, 이런 다양한 전형을 알기에도 학부모는 벅차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전형료를 치르고 치열한 경쟁에서 대부분 떨어질 줄 알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논술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입시기관의 정보를 보면서 논술에 또 돈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간신히 들어간 대학, 하지만 입학의 기쁨은 잠시, 4년 내내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취직을 못해 서른살이 다 되도록 자녀를 부양하는 비극이 곧 우리 세대의 현실이라는 점을 안다면 대학이 과연 우리에게 이래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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