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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헌법재판소에 적합한 사람이 종교 재판관이란 말인가 / 김영빈

등록 2011-09-26 19:25

김영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기
지난해 7월8일 서울고법 형사10부에서 정영씨의 재심이 열렸고 “국가가 범한 과오에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많은 재심 사건이 그렇지만 이 사건 역시 안기부는 고문하고, 검찰은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호통치고, 판사는 고문당했다는 주장을 외면하고, 변호사는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자백하고 동정받으라고 강요했다. 보이는 대로 맹신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자세로 사건을 바라보았다면, 정영씨는 간첩으로 몰려 16년을 감옥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또한 그의 아내와 4남매도 지난 16년간 자살을 생각할 만큼 고통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내가 법률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중요하게 배운 것은, 법률가는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대 법대의 한 교수님께서는 법률가는 이러한 점에서 마치 학자의 자세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조용환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질문에 수차례에 걸쳐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말해 왔고, 북한의 소행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조용환 변호사의 국가관에 대체 어떠한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2010년 9월7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발표한 ‘2010 통일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37.4%이며, ‘반신반의’라고 대답한 사람이 31.7%이다. ‘신뢰한다’고 답변한 조용환 변호사의 국가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의 적어도 3분의 2는 간첩인 셈이다. 여당은 조용환 변호사에게 해명을 요구하였지만, 법률가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소양에 입각해 말한 답변에 해명을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조용환 변호사는 정영씨를 비롯해, 자신이 지금 하는 말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을 변호할 아무런 수단도 없던 이들 곁에 늘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은 ‘인권’ 변호사가 아닌 그냥 ‘변호사’라며, 변호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오던 분이다. 세간에 화제가 될 만한 사건들을 숱하게 맡아 왔지만, 정작 언론이 요청하는 인터뷰에는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에 그는 책을 읽고, 논문을 쓰고, 소외받은 이를 변호해 주었다.

그런 그에게 ‘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의심하므로 문제 있다’고 말한다. 이런 황당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데도 우리가 침묵하는 것은, 일련의 일들이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수당의 입맛에 맞는 편향된 시각에서 확신에 찬 ‘종교 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를 가득 메우게 된다면, 다음번 ‘마녀’로 지목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정말로 알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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