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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겨울 송전탑 / 이응인

등록 2011-12-19 19:34

칠팔십 노인들이

마을 뒷산에 천막을 쳤다.

늘그막에 무슨 호강인지

한겨울

거기서 먹고

거기서 잔다.


76만5천 볼트

고압 송전탑이 서면

집이며 대추밭 밤밭이

쑥대밭이 되는데

제대로 보상도 없이

한전은 공사를 밀어붙인다.

여기서 더 살아

무슨 영화를 보겠나.

집이며 논밭이며

헐값에 처분하자니

살 사람이 없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송전탑 들어설 자리

천막을 쳤다.

공사 방해로 고소당하고

손해배상 청구 들어오고

공사 인부에게 맞아 입원하고

잘려나간 나무 곁에 허수아비처럼 나뒹굴고

하나 둘 차례로

경찰에 불려가 죄인이 되고

그사이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졌다.

산 위에 바람 소리

무섭다.

산 아래 사람들

더 무섭다.

이응인/시인·경남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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