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구럼비 바위 발파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는 정영희 강정마을 여성위원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정마을에 가서 보았다.
찬반, 그 모든 사람들의 타는 마음이
참다 참다 귤 한 개씩 따먹은 자리마다,
하얗게 삼베리본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 귤이 뜯겨져 나간 자리마다
온통 상갓집이다. 조문행렬이다.
왜냐고 크게 외치지 않았다.
제 색시와 함께 다니며 제 아내라고 자랑하는 사람 없듯
제 아이 등에 업고 다니며 만나는 모리배마다 치마 걷어붙이고
이곳으로 낳은 내 자식이라고 싱긋대는 아낙네 없듯
내 식구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니까,
그저 함함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할 뿐이다.
다만 팔이 잘려나가는 것 같고
가슴에 천불이 나는 것 같고
눈알을 후벼 파는 것 같아서
또한 그 후벼 파는 몹쓸 것들이
아비라서, 꼰대라서, 목이 멜 뿐이다.
강정에 가면 우리는 어미아비 없는 호로자식이 된다.
제 새끼의 처녀막에 포신을 들이미는
없으나 마나 한, 없는 게 차라리 나은, 아비와 맞닥뜨린다.
한라는 망루가 되고 산하는 병영막사가 된다.
아, 누가 가난하고 착하고 다복한 우리집에 쳐들어와서
불쏘시개에 불붙여 달라 떼를 쓰는가.
이웃 너른 땅 부잣집을 태워버려야겠으니
네 가난한 사랑채부터 태워보자고 씨부렁대는가.
아, 귤나무 우듬지마다 삼베리본이다.
이정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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