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유럽 방문 뒤 “과잉복지가 일본과 유럽을 망쳤다”고 한 발언과,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분들의 “복지가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는 주장에 작은 반론을 제기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핀란드의 여성 약 80%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출산 전 1년, 출산 뒤 2~3년간 휴직을 할 수 있고 휴직 기간 동안 충분한 복지혜택(월급, 의료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여성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이들을 유아원에 보내고 직장으로 복귀를 합니다. 오히려 3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해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를 장려합니다. 우리 같으면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집에 있으려고 할 텐데 말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름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는 여기 사람들은 직장을 단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정말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휴게실에서도 그냥 잡담만 하는 게 아니라 일에 대한 얘기를 편하게 나누고, 또 자연스럽게 회의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채용 시스템에서도 이런 노력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핀란드 직장에 입사할 때 꼭 필요했던 추천서 중 하나가 심리학자의 추천서입니다. 직장에서 지정한 심리학 관련 회사를 찾아가서 약 5~6시간 동안 심리학자와 면담을 하고 테스트를 받습니다. 그 테스트 결과와 추천서를 바탕으로 직장에서는 지원자가 해당 업무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개개인의 특성과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복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전장치가 잘되어 있어야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돈벌이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곳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김해식/핀란드 오울루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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