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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농토는 지켜져야 한다

등록 2012-08-01 18:31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박진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우리의 농토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린벨트를 설정하여 삼림녹지가 훼손되지 못하게 지켰던 것처럼 농토에도 일종의 그린벨트를 설치해서 농토를 더는 잃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1년 동안 외국에 나가 있다 돌아오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특히 평택에 있던 논과 배나무 과수원이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 안타까움은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사라진 것에 대한 심미적인 상실감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곧 식량부족 사태가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말한다.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농토는 불안한 현대인의 삶에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농토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국내에서 생산하는 식량이 부족해지고 식량의 수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식비가 폭등하게 되어 우리 삶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한국의 농토는 해마다 감소해왔다. 농토는 택지로, 공장부지로, 놀이공원 등으로 변화하며 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변모가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번 다른 용도로 바뀐 농토가 다시 농토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들어 빈집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땅에 세워진 집을 허물고 거기에 농사를 지을 것인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경제 논리를 앞세워 이렇게 주장할지도 모른다. “쌀농사 지어서 몇 푼 벌겠는가? 차라리 그 땅에 전자제품 공장을 지어 공산품을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외국에서 값싼 쌀과 밀을 실컷 수입하는 것이 더 영리하다.” 하지만 식량은 이런 경제 논리로 다룰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럽연합의 그리스가 겪고 있는 일이 우리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그리스는 이 같은 경제논리를 따랐다가 유럽 전역이 경제위기를 맞자 가장 경제 불안이 심각해진 곳이다.

그리스는 충분한 농토와 농업인구를 가졌지만 값싼 밀농사 대신 화훼농사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꽃을 프랑스 등의 이웃 국가에 비싼 값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값싼 밀을 충분히 수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유럽이 경제위기에 휩쓸리게 되자 화훼 수출이 어렵게 됐고, 그에 따라 외화의 수입도 부족하게 됐다. 이미 그리스 국내 밀 생산 능력은 저하된 상태라 밀값이 폭등하고, 서민들의 생활은 궁핍하게 되었다. 최근 그리스에서 일어난 폭동의 근원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국민들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 사정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연일 유괴와 성범죄, 살인 뉴스가 보도되고 피의자는 대부분 직업이 일정하지 않아 삶이 불안한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용 불안은 곧 사회 불안과 직결된다. 더 심각한 것은 먹거리의 부족이다. 지난 50년간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 사회는 허기를 잊고 살았다. 먹거리 부족이나 식비의 인상은 곧 심각한 사회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농토를 지킬 대책 수립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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