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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전격 방문 자체에 득실을 부여할 게 아니다

등록 2012-08-22 19:32

8월18일치 ‘뉴스분석 왜?-국제사법재판소 제소당한 독도’를 읽고
장정일 소설가

지난 18일치 <한겨레> 토요판은 ‘뉴스분석 왜?’(16면)에서 독도 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행여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갔을 때, 한국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역사적 권원’은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한·일 두 나라의 고문서나 고지도를 감정하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국제법에 맞는 소유권 공표와 실효 지배를 했는지를 따진다. 그런 뜻에서, ‘지증왕·세종실록지리지·신라장군 이사부’가 나오는 ‘독도는 우리 땅’은 어서 잊는 것이 좋다.

기자는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 때, 재판소의 판단에 영향을 줄 쟁점을 잘 요약했다. “일본이 1905년 1월28일 각의 결정으로 독도라는 무주지를 일본 영토로 편입한 사실이 일본 정부의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에 해당되는지 여부, 1951년 9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에서 제외되는 영토에서 독도가 명기되지 않은 것에 대한 해석, 1952년 1월 이승만 라인으로 시작된 한국의 실효 지배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등 간단치 않은 쟁점들을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사는 세 가지 쟁점만 부각시켜 놓고, 거기에 아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 탓에 ‘저 세 가지 쟁점으로 다투게 되면, 한국의 독도 영유권에 큰 하자가 있는 모양이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독자에게 심어준다. 민감한 쟁점만 나열하고 그치는 것은 오해를 사기에 알맞다.

일본이 러-일 전쟁을 빌미로 독도를 자신의 영토로 편입한 것은 1905년이 맞다. 하지만 일본은 그 결정을 관보에 싣지 않고, 소위 독도의 관할지라는 시마네현의 현보에 실었다. 이런 ‘꼼수’는 국제법에 비추어 유효하게 공표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제국이 1900년 칙령 제41호로 독도가 울릉군에 속한 한국 영토임을 관보에 공표함으로써, 근대 국제공법 체계 안에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앞서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군정을 끝내고 일본을 독립시켜주고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조약이다. 이 조약은 1947~1951년 사이 무려 9개의 초안을 만든 끝에 조인되었는데, 일본의 영토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 제1~5차까지는 독도가 한국령에 포함되었다. 일본은 맹렬한 대미 로비를 벌인 끝에 제6차 초안에서 독도를 일본령으로 만들었으나, 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이런 수정에 동의하는 문서를 보내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제7~9차 초안에서는 아예 독도에 관한 사항이 누락된 채 조약이 맺어졌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문제는,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한국이 그 논의에 초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승만 라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기 100일 전인 1952년 1월, 한국이 독도와 일본의 오키섬 사이에 일방적으로 그은 해양 경계선이다. 이승만 라인의 설치 근거는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정한 한·일 수역 경계선이다.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설정한 통칭 ‘맥아더 라인’(북위 37도 5분·동경 131도 53분)과 이승만 라인(북위 38도·동경 132도 50분)은 거의 일치하며, 맥아더 라인은 독도의 12해리 이내에 일본 선박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승만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무효화되는 맥아더 라인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인데, 국제법상의 합법 기관이었던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 한국 영토라는 것을 인정했고, 한국은 그것을 인수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난 지 아흐레 만에, 독도에는 대통령의 이름과 친필이 새겨진 ‘독도 표지석’이 세워졌다. ‘아, 그게 하고 싶었던 거야?’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연예인도 아닌 대통령이 임기 말 인기를 관리하겠다고 독도에 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기습적인 독도 방문으로 ‘반짝’ 치솟은 지지도가 형의 비리나, 퇴임 뒤에 본인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사법 공세를 온전히 막아 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수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 야욕이 수그러들었을 것이라고 믿을 건더기는 없다. 이번의 독도 방문은 점증하는 일본의 독도 영유 야욕에 대한 시기적절한 대응이자, 후임 대통령의 고민을 덜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조용하고 수동적이었던 이제까지의 대응 기조를 어떻게 다른 차원으로 다듬어 가느냐다. 거기에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지, 전격 방문 자체에 득실을 부여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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