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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인권 공약이 궁금하다

등록 2012-08-29 19:19

김원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각 당이 대선 후보를 정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선국면이다.

그동안에 이미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만들어낼 국가의 모습을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각 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제시한 공약 내용 중에 인권공약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구상을 밝히고 있으나 인권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왜 그럴까?

지난 군사독재 시절에 인권 문제는 고문과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것으로 대표되었다. 국가폭력에 대한 끈질긴 저항의 결과 지금은 적어도 노골적인 고문과 국가폭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권 문제는 얻어터지고 야밤에 잡혀가고 고문당하는 것과 싸우는 비참하고 처절한 이미지를 갖게 되고 국가폭력을 당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해당되는 문제로 각인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권 문제는 그때 차마 같이 싸우지 못한 것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채의식을 갖게 만드는, 부담스러우면서 어둡고 음습한 이미지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노골적인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구성의 근본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 구조를 보더라도 헌법 맨 앞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권력기구 규정이 아니라 기본권 규정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구성에 있어서 대통령이 어떻고 국회의 구성과 대법원이 어떻고 하는 것보다 국민의 기본권 존중과 그의 실현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헌법의 태도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인 점이며, 국가라는 존재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많은 인권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인권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속한 도시 재개발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생존권을 주장한 상가 주민과 상사의 진압지시를 이행하던 경찰관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생존의 유일한 동아줄인 직장에서 잘리지 않겠다는 노동자들의 몸부림이 강제로 진압당하면서 22명의 목숨이 차례로 스러져갔다. 인터넷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돼 재판까지 받은 피해자가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사람이 나왔다. 같은 직장, 같은 라인에서 함께 작업하면서도 사내하청회사 소속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반밖에 못 받고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당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 상층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누구나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직접 피해자를 구제하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이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우리 사회 다수의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덜 불안하고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에 대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도 도시 재개발을 위해 강제철거를 강행할 것인지,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대책 없이 정리해고를 강행할 것인지, 앞으로도 정부를 비판하는 표현 행위를 하면 형사처벌하고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할 것인지, 앞으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반쪽 임금만 받고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살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공약을 제시해야 국민들의 입장에서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좀더 편안히 살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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