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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인턴에게 최저임금을 허하라 / 한진수

등록 2012-09-03 19:34

나는 청년 실업자다. 대선 후보의 공약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 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모범답안을 이야기하는 그들에게 선뜻 시선이 가지 않는다. 구직 공고를 보아도, 절반은 인턴사원 채용 공고다. 문제는 밥값도 주지 않는 인턴이 ‘자연스러운’ 풍토라는 것이다. 기업은 사원으로 쓸지 말지 고민하고자 인턴제도를 실시하지만, 구직자는 살기 위해 인턴을 한다. 무급을 각오하고라도 일을 구하는 것은 업무를 배우려는 열정이 절박해서라기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을 아예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면, 일하는 자에게 먹을 건 줘야 하지 않는가?

정직원과 동시에 출근하지만 인턴십의 본래 취지대로 일을 배우는 경우도 드물다. 업무보조나 잡업으로 부리고자 인턴을 뽑았다가 기간이 차면 편리하게 내보내는 일부 악덕 기업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구직자의 업무 능력을 측량하기 힘든 점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인턴십으로 직능에 적합한지 판단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절반은커녕 20%도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인턴제도를 실시하려면 최소한 아르바이트처럼 최저임금 이상은 지급해야 한다. 동일 임금 동일 노동에 대한 보장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 보장을 통해 살고자 발버둥치는 구직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보장해야 한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하나같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애초에 파견직과 같은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변칙에서 생겨났다. 무급 인턴을 당연시하는 기업의 태도 역시 구직난을 방패 삼아 구직자들의 골수를 뽑아내는 기업의 반칙행위다.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것이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 된 지 오래다. 무급 인턴은 일을 해도 수입이 없지만 실업자로 집계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수는 실업자가 되어 다시 ‘취업 낭인’이 된다. 구직자의 절망을 덜어주지 못할망정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라도 보장해 달라.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한진수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청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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