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만 광주시 동구 산수2동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해단식도 끝나고, 청와대 오찬도 끝났다. 1초의 오심으로 눈물을 흘렸던 여검객도 화면에서 사라지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해프닝을 벌인 축구선수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나 태릉선수촌의 불은 올림픽 성화처럼 꺼지지 않는 불이다. 올림픽 단복을 벗자마자 4년 뒤 브라질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담금질을 시작할 것이다.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코치나 감독은 승리의 간극을 파고들기 위해 작전을 짜고 기술을 개발하고 훈련을 하는 데 불철주야할 것이다. 오직 금메달을 향하여 매진하게 될 것이다. 포상금도, 연금도, 병역면제도 오직 금메달에 달렸다. 쿠베르탱의 ‘참가하는 데 의의가…’는 이미 박물관에 박제된 지 오래다.
언론은 금메달 수가 국력과 일치한다고 선전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이를 증명한다. 예전의 올림픽은 미국과 소련의 경쟁무대였는데 소련이 붕괴하고 나서는 미국과 중국의 금메달 경쟁무대가 됐다. 한국은 애초 ‘10-10’, 그러니까 금메달 10개에 종합 10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많은 메달을 따 대한체육회가 오히려 민망해할 정도다. 세계 5위, 정말 올림픽이 국가경쟁력의 순위라면 대한민국은 런던올림픽에서 지구촌 5위의 나라가 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실현되면서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이 있다. 축제다. 전국 200여 시·군이 대략 2000여개의 축제를 연다. 이 가운데 전남 함평의 세계나비축제는 전국적으로 성공한 축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적자예산 때문이다. 함평군은 약 10회의 나비축제를 개최하였는데 해마다 300여억원의 예산을 썼다. 10여년간 3000여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금값이 치솟았을 때는 30억원을 들여 황금박쥐를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고 대서특필했다.
막상 축제가 시작되면 나비축제에서 군민들이 하는 일이라곤 모자 한개 얻어 쓰고 완장 차고 안내하는 일이다. 점심밥이나 한끼 얻어먹는지 모르겠다. 함평군은 축제 결산을 하면서 늘 흑자라고 했지만 그 일부분을 주민들에게 돌려줬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익금은커녕 지방세를 얼마쯤 보조했다는 말도 없다. 참 미련한 셈법이지만 함평군 가구수가 300여호 남짓일 테니 10여년 동안 투입한 예산을 나눴다면 함평군민 모두가 가구당 10억원씩 받아 떼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게 축제의 허상이다.
이런 말을 하면 올림픽 금메달로 국민들이 얻은 승리감과 자존감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고 한다. 찬물 먹고 이 쑤시는 형국이다. 히틀러는 전체주의 국가를 획책하려고 올림픽을 이용했다. 마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축제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로체육은 국민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지만 대부분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다.
유럽 선진국들은 금메달에 관심이 없다. 이웃 일본도 몇 해 전부터 클럽체육으로 전환했다. 국민복지에 체육활동을 접목해 국민건강에 전념한다. 정부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마을마다 체육관을 짓고 체육시설을 만들고 전문체육인을 고용해 주민건강을 돕는다. 특별히 재능있는 사람은 발탁해 훈련시킨 뒤 올림픽에 내보낸다. 그래서 우리처럼 금메달에 집착하지 않는다. 올림픽 시상대에 선 우리 선수들은 공통된 제스처가 있다. 시상대에서 메달을 입으로 깨무는 포즈다. 또 결승에서 이긴 선수들 대부분은 눈물을 흘린다. 외국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그런 행태에 의아해한다. 왜 유독 우리 선수들의 제스처만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다를까?
금메달 한개에 들어가는 예산은 얼마일까? 태릉선수촌만 해도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금메달 선수 한명을 배출시키는 데 드는 비용과 향후 연금이나 포상금을 산출하면 국민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 밤을 새우며 열광하던 그 입이다. 엘리트 체육에 집착하는 한, 국민들을 전체주의의 허상으로 몰아가는 한 경제적 선진국은 이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후진국 위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도 태릉선수촌을 해체하고 그 천문학적 예산을 클럽체육으로 돌려 온 국민이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체육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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