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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인천의 개 도축장을 다녀와서 / 김태환

등록 2012-09-10 19:41수정 2012-09-10 20:35

저는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인천 부평의 개 도축장을 고발하는 현장에 같이 출동했던 수의사입니다. 평화로운 주택가 바로 옆에 있는 그곳에 들어간 우리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주인은 천장에 줄을 늘어뜨려 개를 목매달고 있었습니다. 아직 꿈틀거리는 개를 끌어내렸으나 되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집 뒤편에는 수십마리의 개들이 닭장같이 만든 철장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진돗개 크기의 큰 개에서부터 집 안에서 키우는 작은 개인 몰티즈까지 다양했습니다. 철장 안은 똥이 켜켜이 쌓여 바닥이 거대한 판이 되었고, 그 위에 다시 똥과 오줌이 철벅거리는 곳에 개들이 있었습니다.

도축장 세곳 중 어떤 곳은 다른 개들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도살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도살장과 커다란 도마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개의 내장들이나 여러 살점이 널려 있었습니다. 벌레들이 득실거렸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났습니다. 냉장고 안의 사체는 죽을 때의 표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몸통 전체가 혹은 머리만 놓여 있기도 하였습니다. 살아있는 개들은 죽은 개들의 내장을 다시 먹고 있었고, 주인도 잘 모르는 약물들이 주사되고 있었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개들은 구조해 치료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다녀온 뒤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곳의 살아있는 개들과 죽은 개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인근 주민들도 그곳에서 들리는 개의 비명소리와 털 그슬리는 냄새와 분뇨 냄새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개고기에 대한 논란이 수십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개인의 기호나 문화상대주의를 근거로 개고기 식용을 주장하고, 다른 편에선 동물학대 방지를 위해 반대하여 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개 도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5일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을 보면 개고기 및 도축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법 제8조를 보면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하게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뿐만 아니라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모두 동물 학대에 해당됩니다.

물론 다른 방법이 있는 경우임에도 사람의 피해를 이유로 상해나 죽이는 행위도 학대에 해당이 됩니다. 이 조항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란 형사적 처벌을 받습니다. 개 도축은 여러 도구를 이용해 잔인하게 이유 없이 상해를 입히고 죽이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개의 도축을 통해 공급되는 모든 개고기는 불법행위의 결과물입니다. 이제 개 도축 문제는 기호의 문제나 문화적 특수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 법 제14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학대받는 동물은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 소유자로부터 격리·보호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었음에도 해당구청이 격리·보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구청이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학대받고 있는 도축장의 개들을 소유자로부터 격리·보호해야 합니다.

이제 더이상 정부 기관들은 법률이 애매하다는 말로 개 도축의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냉장고에 저장된 개의 사체들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개의 사육·도살·저장·유통 과정의 위생 상태는 먹는 사람에게 어떤 감염성 질환을 일으킬지 모르는 끔찍한 상황입니다. 부평뿐만 아니라 방문해본 다른 곳의 도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왜곡된 보신문화와 관계기관의 묵인하에 한해에도 수백만마리의 개들이 잔인하게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과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간의 친구라고 불리는 개들이 이렇게 죽임을 당해 먹히고 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요?

일반 시민들도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가치관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현행 법률은 이미 그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동물과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작은 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김태환 서울종합동물병원 원장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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