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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쌍용차 청문회에 대한 왜곡, 무엇이 두려운가?

등록 2012-10-10 19:26수정 2012-10-10 19:26

10월4일치 김기원 교수의 칼럼 ‘안타까운 쌍용차 청문회’를 읽고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9월20일 열린 쌍용차 청문회에서는 고의 부도, 회계 조작, 회생법 위반, 생산성 왜곡 등 그동안 쌍용차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이 다뤄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중요한 사실들도 밝혀졌다. 상하이차 철수가 유동성 위기가 아닌 기술 유출 수사 등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는 정황이 외교통상부 대외비 문서를 통해 드러났고, 쌍용차 재무구조 악화의 결정적 이유가 됐던 유형자산 감액은 쌍용차 설비를 고철 덩어리로 간주한 상태에서 이뤄져 회계법 위반 여지가 크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는 사측이 법정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밝히는 핵심 이유들을 정면 부정하는 내용들이다. 사측은 지금까지 정리해고가 유동성 위기, 재무구조 악화, 생산성 열위로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문회 결과에 따르면 이는 모두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646명을 해고하고, 23명을 죽음으로 내몬 구조조정의 중요한 이유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청문회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뻔한 반응을 내놨다. 정치권 때문에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런 청문회는 그만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에 대한 의외의 비판도 있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가 10월4일치 <한겨레> ‘세상 읽기’ 칼럼에서 쌍용차 부도는 쌍용차 적자 때문이고, 정리해고 역시 어쩔 수 없었다고 쓴 것이다. 김기원 교수는 예전 대우차 정리해고나 최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때도 기업 경영상의 정리해고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쌍용차 부도 사태는 상하이차가 기술 유출 이후 자본 철수를 위해 유동성 위기를 고의로 발생시키며 이뤄진 일이다. 중국과 한국 당국도 인정하는 바다. 쌍용차 부도와 정리해고는 김 교수의 주장과 달리 적자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회계조작 역시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자본 철수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했지만, 큰 전후방 산업 효과를 만들어내는 완성차 기업의 처리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꽤나 심각한 정치적 이슈라는 점을 간과한 이야기다. 지엠(GM)이 2009년 유럽의 오펠을 매각하려 할 때 미국 정부가 독일 정부와 긴 시간 정치적 협상을 해야만 했던 전례만 봐도 그렇다. 또한 우리 외교부 문서에도 나오듯이 한-중간에는 쌍용차 철수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있었고, 이 와중에 발표된 재무제표는 쌍용차를 회복 불가능한 부실기업으로 만들어 정치적 갈등을 매듭짓는 역할을 했다.

재벌들이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분식회계를 밥 먹듯이 해왔다는 사실, 최근 10여년간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이 주로 영업상의 이익이 아닌 기술획득, 자원획득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김 교수가 왜 이런 상식을 쌍용차 정리해고에서는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조직적 폭력, 경제 권력들의 담합, 정리해고 제도의 문제점 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 바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다. 한 기업의 정리해고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정리해고의 구조적 문제점이 응축된 것이 바로 쌍용차 사태다. 김 교수와 같은 경제민주화 전문가들도 이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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