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이던 1979년 겨울방학 때쯤이다. 법대 학생과 직원으로부터 외부 장학회의 장학생 후보로 추천했으니 가서 면접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다른 학생이 선발되었다. 그 결과를 접하고 얼마 뒤에 다시 학생과 직원으로부터 다른 장학회(‘5·16장학회’)의 장학생 후보로 추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5·16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2학년 때부터 5·16장학금을 받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을 15만원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장학금으로 35만원을 받았다. 부모님이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시골의 없는 재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노동에 종사하였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편이었다. 장학금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식들 공부를 위해 상경한 부모님이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해 주었겠지만, 그 장학금은 큰 도움이 되었다. 교통비와 식비 그리고 책값 등 이외에는 돈 쓸 일이 없던 나로서는 장학금 덕분에 학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3학년 1학기 때 강제징집으로 입대하여 군 생활을 하던 사이 장학회는 정수장학회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제대 뒤 복학할 때 장학금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택으로 제대 뒤에 사법시험에 전력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은 큰 혜택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수혜자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심정이다. 장학사업 본래의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나 같은 사람도 혜택을 입은 걸로 보아 그 성과 또한 상당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잘못된 과거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정의’의 문제이다.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가 여전히 많은 우리 역사에서 이 문제 역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역사적 과제의 하나이다.
정수장학회가 쿠데타 정권에 의해 이루어진 부일장학회의 강탈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와 법원 판결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 다만 부일장학회 설립자의 유족이 제기한 반환청구사건을 담당한 1심 법원은 강요에 의한 증여임을 인정하면서도, 당연무효사유는 아니고 취소사유에 해당하는데 제척기간이 지나 반환청구를 할 수 없으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제척기간이나 소멸시효와 같은 기간의 문제로 명백한 불법행위에 근거한 상황을 시정할 수 없다면 이는 정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장학회가 특정 정치세력에 장악되어 있는 것은 본래 목적에 반한다. 또한 특정 정치세력의 언론장악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장학회의 본래 목적과 역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이사장과 이사진이 물러나고, 부일장학회 설립자 유족에게 이사회에 참여할 길을 인정해주되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탈정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장학회 운영을 통해 이권을 누리거나 이득을 보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어야 한다.
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무언가 꺼림칙한 것이 아니라 떳떳한 일이 될 수 있도록 장학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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