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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똥’으로 하나 되는 한반도 / 김선일

등록 2012-11-05 19:39

2013년 12월31일을 끝으로 ‘런던협약 96의정서’에 의해 우리나라는 모든 유기성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우리는 그동안 분뇨와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하수처리오니 등 유기성 폐기물을 동·서해 가릴 것 없이 푸른 바다에 아무 거리낌 없이 버려왔다. 이렇게 바다를 오염시키면서까지 내다버린 유기성 폐기물은 2005년 한해에만 약 1000만t(5t 차량 기준 200만대)에 이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물체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저지르고 있는 반환경적·반생태적 행위에 동참해왔던 셈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유기성 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더이상의 반문명적 행위는 할 수 없게 됐지만,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또다른 과제를 제기한다. 이제 바다에 버릴 수도, 땅에 묻을 수도, 태워서 공중으로 날려버릴 수도 없는 유기성 폐기물을 오직 지상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본다면 유기성 폐기물은 곧 유기성 자원이므로, 유기성 폐기물을 잘 처리하여 퇴비로 만든다면 농지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각의 폭을 더욱 확대한다면, 해법은 한반도 전체 영역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미 언급했듯 남한은 2차적인 환경오염을 걱정할 정도로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면, 북한은 유기성 자원의 부족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로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남한의 넘쳐나는 유기성 자원을 퇴비로 만들어 남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순환적인 자원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활용한다면 남북은 서로의 문제점을 상생의 기반으로 만드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즉, 유기성 자원 재활용의 시야를 전 한반도적 차원으로 확대하면 남한은 음식물쓰레기 및 축분 처리와 씨름하는 일반 시민과 요식업자, 축산농가에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또 북한은 북한대로 스스로의 힘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유기성 자원을 퇴비 형태로 확보하게 됨으로써 지력회복을 통한 농업생산성 증가로 식량난 해소의 커다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인도적인 식량·비료 지원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더불어 근본적인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즉,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도구를 건네주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줌으로써 자구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셈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례는 중·장기적으로 남북한의 모든 자원을 민족 전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적지 않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구축해놓았던 남북협력의 시스템과 노하우, 인적자원이 멸실될 위험에 처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민족공동체 회복의 기초가 되는 남북간 상호신뢰의 터전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과 북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내년 봄부터 북한에 대한 식량·퇴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통일 조국에서 살아야 할 후세대를 위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책임일지 모른다. 통일된 조국의 농지를 ‘북’은 황폐함으로, ‘남’은 토양오염이 된 채로 후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민족의 공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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